Description

‘자발적 추방인’을 위한 장소, 노무현의 무덤 광장으로 내려와 우리 곁의 풍경이 되다! 건축가 승효상,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설계하고 이야기하다 2009년 5월 23일 노무현 전 대통령의 투신자살. 이 엄청난 사실은 우리 모두를 충격에 휩싸이게 했고, 우리로 하여금 자신의 정치적 신념이나 색깔에 관계없이 인간 노무현에 대해 생각하게 했다. 노무현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남겼으며, 그를 기억하고 기념하는 장소는 어떤 공간이어야 할까. 산 자가 아닌 죽은 자를 추모하기 위한 공간, 더구나 국가보존묘지 제1호로 지정된 전직 대통령의 묘지를 설계하는 일은 특별한 작업이기에 이를 맡은 건축가의 고심과 그 결과물 또한 특별할 수밖에 없다. 이 책은 진정성 있는 묘역을 만들기 위한 건축가 승효상의 고심과 그 실현 과정을 스케치와 설계도면, 참고 도판, 그리고 건축전문 사진작가의 절제된 사진을 통해 제대로 펼쳐 보여준다. 지은이가 이야기하는 설계의 기본 개념에서부터 설계가 진행되는 과정을 따라가며 책의 흐름을 따라 완성된 묘역을 돌아보면, 어느새 묘역을 찾아가 참배하는 마음이 되어 노무현 대통령 묘역이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지닌 공간인지에 대해, 그리고 인간 노무현에 대해 되돌아보는 기회를 가지게 될 것이다. [이 책의 주요 내용] 자발적 추방인, 인간 노무현을 생각하다 “지식인인 한, 스스로 경계 밖으로 추방하여, 관습적인 논리에 반응하지 않고, 모험적 용기의 대담성에, 변화를 재현하는 것에 가만히 서 있는 것이 아니라 움직이는 것에 반응하는 자여야 한다” -에드워드 사이드Edward Said 《권력과 지성인》 중에서 경계 속에 머물기를 거부하고 끊임없이 경계 밖으로 자신을 내몰아 자각하여 새롭게 되기를 원하는 자, 노무현 대통령은 길지 않은 삶을 사는 동안 거의 항상 자발적 추방인이었다. 그리고 결국, 그렇게 세계 밖으로 스스로를 영원히 추방하고 말았다. 지은이는 노무현의 무덤이 그를 추모하고 그리워하는 사람들을 위한 장소를 넘어 우리 자신의 성찰을 구하는 장소, 스스로를 추방한 모두를 위한 풍경이 되기를 바라며 묘역을 설계하였다. 그리고 노무현의 죽음이 지닌 의미를 다시금 생각해본다. 노무현의 무덤, 설계 개념을 이야기하다 박석이 깔린 종묘의 월대, 그곳에서 노무현 묘역을 보다 600여 년 동안 조선왕조의 신위를 모시고 있는 곳, 종묘. 그리고 종묘정전 앞 마치 산 자와 죽은 자가 서로 만나는 듯한 비움의 공간, 종묘의 월대. 노무현 묘역의 기본 개념은 바로 이러한 종묘의 월대와 같은 광장이다. 높은 곳에서 내려와 우리의 일상에 가까이 있는 장소요, 아무나 접근할 수 있지만 경건함을 유지하는 기념소이다. 시민들의 마음을 새긴 박석, 거대한 비문이 되다 묘역 전체 부지에 국민참여 방식으로 박석이 놓였다. 시민들이 기부한 이 1만 5천 개의 박석 하나하나에 노무현 전 대통령을 향한 존경과 애도, 민주주의에 대한 의미 등 소중한 글귀들이 새겨졌다. 박석들이 어우러져 거대한 비문이 된 것이다. 그리고 시간이 흐르면 새겨놓은 글귀도 세월과 함께 닳아 없어져 사람들의 기억에만 남게 될 것이다. 곡장曲墻, 시간의 흐름을 담아내다 장소를 한정하기 위해 묘역의 뒤편 경계에 전통 묘역 능침 주변의 곡장에 해당하는 60미터 길이의 내후성 강판 벽을 둘렀다. 표면의 녹이 피막이 되어 내부의 철을 영구적으로 보호하는 이 강판은, 처음에는 검정색이지만 표면이 부식되면서 붉은색으로 변하다가 암적색으로 정착된다. 침묵의 형태로 이 장소를 긴장시킬 강판 벽은, 세월과 더불어 자연스럽게 녹슬며 변화하는 이곳의 모습을 담아낼 것이다. 노무현의 무덤, 그 풍경을 한 권의 책에 오롯이 담다 묘역을 참배하듯 절제되고 차분한 구성 봉화산의 높은 곳 사자바위에 올라 봉하마을을 조망하고, 다양한 스케치를 보며 묘역의 모습을 그려보며, 박석에 새겨진 글귀들을 내려다보고 사진과 텍스트 사이의 여백에서 잠시 기다리며 호흡을 가다듬고 지석으로 나아가 참배하고 돌아온다. 노무현 대통령 묘역으로 경건하게 한발 한발 나아가듯 책장을 한장 한장 넘기게 될 것이다. 건축전문 사진가의 무채색 사진을 친환경 인쇄로 봉하마을의 아름다운 풍경, 거기에 솟아있는 부엉이바위, 어둠 속 묘역 입구의 수반, 박석에 쓰인 글들을 읽기 위해 머리를 숙이고 묘역을 소요하는 사람들의 모습 등, 건축전문 사진가 김종오는 ‘자발적 추방인을 위한 풍경’을 깊은 흑백사진으로 담아낸다. 또한 무염소 표백종이에 콩기름잉크로 인쇄된 친환경 인쇄는 이 책에 어울리는 마무리가 되어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