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등은 개뿔

이은홍 and other
20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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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등하기로 소문난 부부 그림책 작가 신혜원과 만화가 이은홍이 함께 작업한 만화로, 평등한 남녀로 만나 그 누구보다 평등한 결혼 생활을 꿈꿨지만 날마다 ‘평등은 개뿔!’이라고 외칠 수밖에 없는 현실을 그렸다. 누구나 공감할 만한 일상의 갈등을 솔직하고 적나라하게 보여 줌으로써 성평등은 결코 부부 두 사람만의 문제로 해결되지 않고, 사회 전반의 대대적인 변화와 혁신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려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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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ble of Contents

프롤로그-그 여자 이야기, 그 남자 이야기 우리는 날마다 전쟁 중 칭찬은 너의 몫 여전히 여자라서 부부 불평등 가족 불평등 방구석 페미니스트 추천의 말 작가의 말

Description

부부에겐 더 많은 평등이 필요하다 -결혼 30년 차 평등 부부의 ‘평등은 개뿔’이 된 이야기 그 어느 때보다 평등과 존중, 배려에 대한 이해와 실천이 적극적으로 요구되고 있는 한국 사회. 최근엔 페미니즘 이슈에 힘입어 국민 모두가 성인지 감수성을 키우려고 노력 중이다.『평등은 개뿔』은 평등하기로 소문난 부부 그림책 작가 신혜원과 만화가 이은홍이 함께 작업한 만화로, 평등한 남녀로 만나 그 누구보다 평등한 결혼 생활을 꿈꿨지만 날마다 ‘평등은 개뿔!’이라고 외칠 수밖에 없는 현실을 그렸다. 누구나 공감할 만한 일상의 갈등을 솔직하고 적나라하게 보여 줌으로써 성평등은 결코 부부 두 사람만의 문제로 해결되지 않고, 사회 전반의 대대적인 변화와 혁신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려 준다. 이는 소모적인 젠더 갈등에서 벗어나 우리 눈에 잘 보이지 않았던 사회의 구조적 모순을 열린 마음으로 들여다보게 해 준다. 부부 사이 전통적인 가부장제 문화에서 벗어나 현대사회에 맞는 부부관계 정립을 위해 마련된 ‘부부의 날’은 5월 21일이고, 2007년부터 법정기념일이 되었다. 오늘날의 부부는 현대사회에 맞는 관계를 유지하고 있을까? 황혼이혼, 졸혼, 비혼이 일상화되는 현실을 보면 전혀 그렇지 않은 듯하다. 그 어느 때보다 평등과 존중, 배려에 관한 사회적 이슈를 모두가 예민하게 받아들이고 적극적으로 실천하기 시작한 지금 이 시점에도 부부 사이는 여전히 인권의 사각지대로 남아 있다. 물론 육아와 가사에 적극적인 남자들이 생겨나고 있지만, 맞벌이 부부라 할지라도 육아와 가사는 여전히 여자들의 몫으로 여겨지는 게 현실이다. 그렇다면 평등한 부부 사이는 어떨까? 부부는 날마다 전쟁 중 『평등은 개뿔』을 함께 작업한 신혜원, 이은홍 부부는 그림책 작가와 만화가로 출판계에서는 알아주는 평등 부부이다. 민주주의와 평등, 노동과 인권 문제에 관심 갖고 열심히 실천하고 활동하다 사랑에 빠진 두 사람인지라 이상적인 가족을 이룰 거라 여겼고, 결혼 전에도 평등한 결혼 생활에 대한 약속을 수도 없이 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신혼 초 아내는 시부모를 아버지, 어머니라 부르는데 남편은 장인어른, 장모로 부르는 호칭 문제로 싸우고, 열 달 동안 배 속에서 키운 건 여자인데 아기가 태어나면 일방적으로 아버지 성을 따르는 제도를 불합리하게 여긴다. 또 여자도 집안일, 육아는 처음인데 함께하는 게 아니라 ‘도와주는’ 거라 여기는 남편의 태도가 부당하다 느낀다. 나름 진보적이고 평등한 관계를 지향한다 생각하는 남편이지만 자라온 환경과 관계 맺는 친구들, 사회 제도 안에서는 불평등과 불합리의 벽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초장에 확 눌러야” 한다거나 “여자들이 뭔가 해 보겠다고 나대는 것도 싫어”하는 친구들에 비해 ‘정말 노력하고 있고 많이 도와주는’ 스스로를 대견해한다. 둘 다 일하고 돈 버는 입장인데 여자로서는 화가 날 수밖에 없는 상황. 사소한 일들로 날마다 전쟁을 치르던 어느 날 두 사람은 진지한 대화를 나눈다. 혜원: 결혼하고 모든 게 처음이라 당황스러웠어. 너도 마찬가지겠지만 난 널 보면서 더 외로워지더라. 넌 그나마 나보다 훨씬 편해 보였거든. 은홍: 아무래도 시댁이든 사회든 남편보다 아내에게 더 많은 변신과 역할을 요구하지. 알면서도 그리 심각하게 생각하진 않았어. 어쩜 당연하게 여겼고. 혜원: 남자 여자 남편 아내. 그런 고정관념이 적어도 우리 사이엔 없었으면 해. 난 네가 페미니스트가 되면 좋겠어! 페미니스트는 여성을 받드는 사람이 아니라 여성의 문제를 함께 고민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해. 은홍: 어렵지 않아! 이제부터 난 그런 페미니스트가 될게. 여성의 문제를 함께 고민하는 사람! (64~65쪽) 칭찬받는 남편과 악역을 맡은 아내 은홍은 적극적으로 ‘여성의 문제를 함께 고민하는 사람’이 되기로 하고 실천에 옮긴다. 청소와 빨래를 하느라 출판사 미팅에 늦고, 집에 들어갈 땐 장을 보고, 생리대를 사 가는 자신을 내세우면서 “난 페미니스트”(71쪽)라고 당당하게 외친다. 하지만 집안에서의 균등한 가사 노동은 양쪽 부모와의 관계에서는 여전히 불편하고 부자연스러워, 사위나 아들이 설거지하면 미안해하거나 못마땅하게 여긴다. 주변에서 쏟아지는 칭찬 세례를 남편이 즐기는 사이 아내에게 돌아오는 건 “남편 잘 만난 여자, 드센 여자, 남편 기죽이는 여자”(76쪽)라는 비난이다. 부부는 이제 평등이란 “둘만의” 문제가 아니라 가부장제 사회에 길들여져 고정관념으로 편 가르는 우리 사회 모두의 문제임을 피부로 깨닫는다. 여전히 여자라서 혜원은 강남역 사건을 보며 자신이 겪은 성추행 사건을 떠올리고, 성희롱 발언이나 성추행을 일삼았던 주변 사람들을 떠올린다. 거기엔 자신을 괴롭히는 남자아이를 혼내 달라고 하자 ‘널 좋아해서’ 그러는 거라고 말했던 어린 시절의 선생님도 있다. 혜원은 이런 일을 겪을 때마다 유난 떠는 것처럼 보일까 봐 넘어갔던 자기 자신에게도 화가 나고, 불쾌함을 표시해도 ‘남자들은 원래 짓궂다며 그 정도는 참고 넘어가야’ 한다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하는 남편에게도 분노한다. 은홍은 오랜 세월 ‘남자다움’에 길들여져 “사람들이 하는 대로” 모든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은 자기 자신을 반성한다. 비겁한 변명이지만 대부분의 남자들이 그렇게 길들여졌어. 하지만 어찌 됐건 내 안에 여성을 무시하고 얕잡아 보는 의식이 있었던 건 사실이야. 아주 오랫동안…. 인정하고 반성해! (97쪽) 건축주인 자신의 말은 무시하고 남편의 말만 듣던 건축사무실 남자 소장(135~140쪽), 난폭 운전에 항의하자 보복 운전을 하는 남자(193~195쪽), 잘못은 남자가 했는데 대신 사과하러 오는 여자(188~192쪽) 등 책에는 부부가 직접 겪은 구체적 사례가 들어 있다. 남자가 여자를 무시하고 억압하고 착취해도 되는 ‘남자갑질사회’를 오랜 세월 유지하다 조금씩 변화의 물꼬가 트이고 있지만, 여전히 여자라서 인격과 능력을 무시당하고 차별받는 관행은 이처럼 주변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밤에 길을 걷다가 앞에 가는 여자가 도망치듯 빨리 걸어가는 것을 보고 자신을 ‘잠재적 범죄자’ 취급을 했다며 기분 나빠하는 은홍에게 혜원은 말한다. “이런 사회에선 너도 피해자가 되는 거야. (…) 남자, 여자를 떠나 모두가 평등하게 안전하게 살 방법을 찾으면 돼. 그런 걸 찾는 게 페미니즘이야.” (115쪽) 부부 불평등과 가족 불평등을 넘어 혜원은 자신이 남편보다 수입도 많은 상황에서 가사나 육아를 고민하며 일을 그만둘 생각을 한 건 왜 자신이었는지 되돌아본다. 결국 세상의 엄마, 아빠를 보면서 자연스럽게 성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이 생긴 것이었다. 엄마 아빠와 그들이 낳은 자녀들로 구성된 가족만 ‘정상가족’이고 그 외의 경우는 비정상가족 취급하는 고정관념 역시 부부는 반대한다. 은홍은 동성애에 대한 고정관념으로 자신이 ‘호모포비아’였음을 고백하고 성소수자를 둘러싼 갈등이 이슈가 될 때마다 스스로 고민하고 공부하며 편견에서 벗어났음을 피력한다. 부부는 도시를 떠나 시골로 이사를 간다. 주변에선 남편의 결정이라 생각하지만 아내의 제안에 남편과 아이가 동의한 거다. 은홍은 자신이 밭일에 소질이 없음을 깨닫고 집안일을 맡고 밭일을 즐기는 혜원이 그 일을 맡는다. 안사람이 된 은홍은 처음엔 밥상을 차려놓고 마당에서 일하는 아내를 향해 “밥 먹어”라고 크게 소리치지 못한다. 주변 이웃들이 신경 쓰여서다. 또 마을 체육대회 때 부녀회에서 여자들도 즐길 수 있게 출장 뷔페를 부르겠다고 하자, 동네 아주머니들이 만든 맛있는 음식을 못 먹게 된다는 생각에 반감을 갖기도 한다. 은홍은 오랜 시간 반성하고 공부하고 실천하며 진정한 ‘페미니스트’로 거듭나기 위해 노력했음에도 자신이 여전히 방구석 페미니스트임을 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