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리나요?'는 소통전문가로 유명해서 이곳저곳에 강의하러 다니는 김창옥이 이린 시절 상처를 많이 줬던 청각장애인 아버지에게 다시 다가가보는 다큐멘터리다. 사실 김창옥이 어떤 사람이고 어떤 강의를 하는지 전혀 모르는 상태로 이 영화를 봤지만, 영화는 김창옥이 어떤 사람인지, 그리고 무대 뒤에 인간으로서의 모습을 꽤 솔직하게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처음에 솔직히 이 영화에 대한 나름대로의 걱정거리는 있었다. 그저 토크콘서트의 광고 정도 밖에 안되는 오글거리는 인생 강의가 아닐까하는 걱정말이다. 영화는 그렇게 시작하는 듯하면서 김창옥의 주변 사람들, 그리고 그런 사람들 옆에 있는 김창옥을 통해 생각보다 직설적이고 솔직하고 인간적인 모습들을 본다. 많은 사람들을 위로해주는 무대 위의 페르소나 뒤에 있는 인간으로서의 김창옥, 그리고 그가 가진 아픔들과 결함들에 오히려 매료된 듯한 영화는 남을 치유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과 소통하면서 치유해가고, 그리고 가족과 다시 관계를 맺어가는 여정을 따라가게 된다. 제작진과 직접 대화를 하는 인터뷰들과 장면들, 다시 말해 촬영되고 있음을 완전히 인식하고 드러내는 상황에서 나오는 말들과 표정들 속에서 김창옥이 가진 진심과 페르소나 중 누가 있는 것인지를 추리해보는 맛도 있으며, 이를 통해 이 복잡하면서도 응원하고 싶은 사람에 대해 더 알아가는 느낌이 들었다. 대중 강연자가 아닌 인간 대 인간으로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