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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가이 타츠유키 감독님 수고하셨습니다. 앞으로 오리지널은 하지 마시고 원작대로 멋지게 연출해주세요. . . . . . 무슨 얘기부터 해야될까. 일단 본편인 금서목록은 아주 왕도적인 소년만화의 틀로 이뤄졌다면, 외전인 이 작품은 아주 왕도적인 순정만화의 틀을 따르는 시리즈다. 여성 원톱 주인공이지만, 주위 사람들과 잔잔한 일상을 보내다가 언제나 주변에 의해 위험에 빠지고 위기에 몰렸을 때 절묘한 타이밍에 왕자님같은 남자주인공이 나타나 구해주는 이야기 구조를 가진 시리즈다. 남자주인공이 위기에 휘말려 구르다가 악당들을 때려잡고 사건을 해결하는 금서목록과는 성격이 다르다. . 그런 의미에서 나가이 타츠유키는 이 시리즈가 어느 지점에서 포인트를 잡고 연출해야되는지 무려 3기에 이르러서 드디어 알게 된 것 같다. 물론 S(2기)에서도 이런 면모는 잘 묘사해줬지만, 전반적으로 S는 능력자 배틀물이나 사이버펑크로써의 면에 더 집중한 모습이 보인다.(즉 자아와 내면의 고뇌 묘사를 더 집중했다는 뜻) 모난 곳 없는 좋은 완성도를 보여주었음에도 어딘가 포인트 잡을 곳을 못찾던게 전작 S의 가장 큰 단점이였다.(물론 S는 좋은 작품이다.) . 하지만 T는 다르다. 이 시리즈의 정체성과 주요한 쾌감을 불러 일으키는 지점은 결국 미코토가 토우마에 의해 구원받는 지점에서 오는 미코토 본인의 성장과 사랑이 사실상 이 시리즈의 가장 큰 재미 요소이기 때문. 쿠로코와 우이하루 사텐과의 일상은 부수적인 재미 요소며, 이들이 주요하게 엮이는 에피소드는 대부분 토우마로 해결되는 에피소드 다음에 서브 에피소드(또는 옴니버스)적으로 전개된다. 말하자면 쉬어가는 느낌. 1기에선 이런 옴니버스적인 면모를 너무 강조했다는 점이 문제고, 2기는 두 요소가 충돌해서 무너졌다면, 3기는 2쿨파트도 원작대로 전개하겠다는 선언을 보아 확실히 이 두 요소가 잘 어우러질 것으로 보인다. . 토우마에 대한 활용은 S보다 발전한 것도 아니고 퇴보도 아니다. 딱 이 시리즈에 필요한 만큼만 출연해서 제 역할을 하고 갔다. 나가이 타츠유키가 유달리 카미조 토우마를 싫어한다고 인터뷰에서도 당당히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이 정도로 잘 묘사해 준 것을 보니 확실히 프로 의식이 있는 감독이다. . 나가이 타츠유키의 또 다른 장점은 완벽주의. 업계내에서 유명한 깐깐 대마왕이자 완벽주의자로써 조금이라도 작화에서 미스가 나면 바로 애니메이터들을 엄청 갈궈서라도 리테이크를 수도 없이 내는 양반이다. 이번 초전 T가 3개월 방영 연기된 이유가 이것인데, 이 와중 코로나 19의 여파로 현장이 카오스에 말도 안되는 사태였을텐데, 큰 퀄리티 저하 없이 준수하게 연출해줘서 또 한번 감탄했다. 비록 3주 결방과 격주 방영이라는 펑크가 있긴 했지만, 이렇게라도 양질의 퀄리티를 보여주려는 그의 의지에 감탄할 수 밖에 없다.(심지어 이 작품은 반 사전제작이였는데도 말이다.) 말 많은 13화도 비록 동화 매수는 최대한 절약되었지만, 그의 장기인 프레임 조절과 적절한 슬로우 모션, 다양한 촬영 구도와 광각 촬영으로 쿠로코와 코자쿠 미토리의 하수구 격투씬도 상당히 볼만했다. 11화의 소기이타의 액션씬도 역시 나가이 타츠유키의 영상 연출능력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는 것을 다시한번 생각했다. 코로나 탓을 하겠지만, 꾸준히 저퀄리티의 저질 연출을 보여주는 신의 탑은 이 작품을 보면 변명의 여지가 없다. . 2쿨의 오컬트 스러움과 SF적인 분위기를 적절히 조합한 이야기도 상당히 흥미로운데, 1쿨보다 더 뛰어난 퀄리티의 작화, 나가이식 입체액션과 훌륭한 이타노 서커스까지 전체적으로 힘이 들어가있다. S와 다르게 원작에 충실한 전개를 보여주며, 뛰어난 일상 장면 묘사와 액션 연출, 그리고 그 완급조절이 대단히 훌륭하다. 24화가 비록 톤 조절과 장면 배분이 실패했어도 연출력 면에서는 깔 부분이 없다. . 나가이가 비록 철혈의 오펀스로 건담 팬덤에게 영구까임권을 받고, 아노하나로 신파쟁이라고 까이고, 초전 S에서 원작파괴자로 욕을 먹더라도, 연출가로써 능력은 확실히 있는 사람이다. 이 작품이 그걸 증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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