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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간 작가를 꿈꿨다. 수많은 필사, 습작과 함께 꿈은 현실에 부딪쳐 깨어졌고 꿈이 크면 그 깨진 조각도 크다는 말이 무색하게 실루엣은 옅어졌다. 김훈, 이청준, 김승옥, 천명관, 박민규, 장강명 같은 작가들을 좋아했는데 여기에 이기호의 이름도 넣으려고 한다. - 여기저기서 추천받고서도 미루고 미루다가 거의 4년만에 읽은 이기호의 책에서 부모님 몰래 문창과 반수를 준비했던 치열한 여름날이 생각난다. 신문기자가 되고 싶었던 어린 날, 어쩌다 하게 된 사회부 기자의 일에서 금세 싫증을 느꼈고 내가 하고 싶었던 건 칼럼니스트 내지는 시나리오 작가 같은 거였구나 라고 깨달았었다. 집에서 베스킨라빈스 같은 거라도 차려준다면 이안 감독마냥 죽치고 앉아 필생의 역작이라도 써보는 시늉을 해보겠지만 그런 금수저는 아니라 생각날 때마다 연금복권을 사는 기대감으로 갈음해왔다. 하지만 그렇다해도 이 책의 '탄원의 문장'같은 글을 쓸 자신은 없다. 꿈은 꿈대로 빚져 놓고 아마 내일은 또 다른 책을 읽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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