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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있게 글쓰는 사람을 좋아한다. 문장 하나에도 멋드러진 수사와 은유를 즐기는, 글쓰기의 멋을 아는 사람을 좋아한다. 내실이 더해지면 금상첨화겠지만 그렇지 못하다해도 멋진 형식은 그대로 흥취를 돋우는 법이다. 이 책은 그런 점에서 얼마간 만족스러웠다. 적어도 이영도는 멋드러진 문장을 쓸 줄 아는 작가이기 때문이다. 무심코 펼쳐든 책에는 멋진 제목과 소제목, 문체와 캐릭터가 있었고, 멋있는 이야기와 결말을 기대케 했다. 나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내용은 또 얼마나 새로웠던가. 톨킨이 만들어놓은 세계관에 북유럽 설화와 서구의 여러 전설, 기타 고전의 소스들을 뒤섞은 흔해빠진 판타지와 달리, 이영도는 <눈물을 마시는 새>에서 새로운 자기완결적 세상을 구축하는데 성공했다. 여러 신과 선민의 관계는 물론, 신과 신, 선민과 선민의 관계를 묘사함으로써 온전히 새로운 세계를 구현한 것이다. 훌륭하지 아니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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