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존 포드에게 웨스턴은 다른 무엇보다 기암벽이 드리운 공간과 흙먼지 날리는 이동, 그리고 포드적인 순간ㅡ춤과 노래, 단지 그뿐인가 싶다. 하스미 시게히코 평론가의 평처럼 그저 "완만한 운동"만 있을 뿐인, 이 간결함이 대체 어떻게 감동을 주는 걸까. 긴 마차 행렬을 통해 <열차의 도착>이 열어젖힌 운동의 미학적 가능성을 영화적 리듬으로 완벽히 체현했다, 라고 거창하게 말하면 좀 있어 보일까. 물론 이건 농담이고, 평론가들처럼 화합의 미장센이나 운동 이미지의 활력 따위를 제대로 설명해낼 깜냥은 없다. 외려 내겐 이후경 평론가의 말마따나 "그냥 명백히 아름답다"는 단순한 표현이 훨씬 와닿는다. 특히 "Wagons west!"를 외치며 반짝이는 강을 건너는 천진한 마차 행렬. 사적인 추억을 보태, 포드 영화 사상 가장 아름답고 감동적인 장면으로 꼽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