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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정 없는 예술은 무엇인가. <홀리 모터스>와 <라라랜드>가 함께 낳은 듯한 독특한 조합, 단순할 지경까지 해체된 메타뮤지컬. + 쿠키영상 있어요. "Why did you become a film director?" (끄적끄적) 자신이 만드는 '영화'를 사랑하지 않을 바에는 만들지 않겠다는 까락스 감독님의 철학을 엿본 것 같습니다. 이번 작품은 기대만큼 좋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매번 색다른 영화를 볼 수 있을 것이란 확신은 어디 가지 않겠어요. (이왕이면 좀 더 자주 작품 내주시면 좋겠는데 말이죠!) 자전적인 이야기가 많이 섞인 듯해서 흥미로웠습니다. 아담 드라이버가 연기한 헨리의 딸 아네트가 제목인 만큼, 까락스 감독님의 딸에 대한 얘기로도 해석할 수 있을 거에요. 다른 것들에 눈이 팔려 딸에게 신경 써주지 못한 것을 반성하는 내용으로 보였어요. 오프닝에 감독님과 딸이 함께 나오며 "이제 시작할까?"라는 것은 영화의 시작일 뿐 아니라 앞으로 보게 될 내용이 딸과 관련된 이야기라는 힌트이고, 앞으로의 딸과의 관계의 새 시작을 의미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인형이 아닌 사람으로서, 비로소. Henry McHenry나 Ann같은 이름으로부터 유추할 수 있듯이 캐릭터들이 꽤나 1차원적입니다. 뮤지컬 치고는 노래들의 가사도 심히 단순합니다. 한편으로는 그게 의도였다는 것을 알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이 때문에 재미는 조금 떨어졌다는 생각입니다. 매우 인상 깊었던 오프닝 시퀀스 이후로는 살짝 김빠지는 느낌이랄까요. 아네트의 모습이 불쾌한 골짜기에 자리잡은 것처럼, 현실의 요소들(산불, 캔슬 컬쳐 등)과 인위적인 요소들(오프닝, 노래, 인형 등)을 섞어 의도적으로 관객을 인지적인 불쾌한 골짜기에도 밀어 넣으려고 한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너넨 이러지 마라'라는 듯한 감독의 말이 더 직설적으로 다가온 이유일 수도 있겠네요. 아무튼, '영화'라는 까락스의 서커스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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