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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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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years ago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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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s ・ 2021

Avg 3.4

태국의 정치/사회사를 다뤄온 아노차 수위차꼰퐁 감독의 신작 <이리로 와>는 2차대전 당시 일본군이 버마로 군수품을 운송하기 위해 건설한 깐짜나부리 지방의 '죽음의 철도'를 다룬다. 당시 철도 건설을 위해 6만 명에 가까운 포로와 강제노동자가 동원되었으며, 건설 과정에서 대부분 사망하여 '죽음의 철도'라는 이름이 붙었다. 영화는 깐짜나부리 지방에 위치한 '죽음의 철도 박물관'을 찾아가는 네 명의, 20대 남녀와 숲을 헤메는 한 여성의 모습을 교차하여 보여준다. 조금 더 정확히 말하자면, 깐짜나부리를 찾는 네 명의 모습, 방콕에서 연극을 준비하는 네 명의 모습, 숲을 헤메는 여성의 모습, 그리고 달리는 열차에서 차창으로 보이는 풍경을 촬영한 장면들로 구성되어 있다. 영화를 구성하는 네 개의 레이어는 어떤 논리적 연관에 의해 등장한다기 보단 마구잡이로 흐트러진 퍼즐 조각과 같은 형태로 등장한다. 다만 관객은 그것을 맞출 수 없다. 어떤 순간은 깐짜나부리에서, 방콕의 연극에서 반복되기도 하고, 인물들의 연극 연기 연습은 동물의 소리를 내는 것이 대부분이며, 이들의 '죽음의 철도'에 대한 이야기를 제대로 나누는 것도 아니다. 때문에 이 영화는 사각형이 되었던 원형이 되었던 어떤 깔끔한 틀을 지닌 퍼즐이라기보단, 어딘가 조각들이 맞춰지긴 하지만 그것이 명확한 모습의 틀 속에 들어맞지는 않는, 어딘가 찜찜하게 튀어나온 구석이 잔뜩 있는 퍼즐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구성의 난삽함이 영화의 단점은 아니다. 아핏차퐁 위라세타쿤이 <엉클 분미>에서 신화적이고 마법적인 순간을 통해 태국의 현대사를 환기하였다면, 아노차 수위차꼰퐁의 <이리로 와>는 어딘가 맞지 않는 퍼즐의 불명료함을 통해 그것을 환기하려는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