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반가워. 또 와. 사람이 지나가는 짧은 시간 동안 아이는 목줄이 허락하는 반경 안에서 앞발을 가장 멀리까지 쳐들고 인사해 줬다. 저렇게 사람을 좋아해서 집을 어떻게 지키누. 누가 타박했더니 할머니가 그랬다. 나이 먹으면 짖는다. 사람을 보면 반가워 어찌할 줄 모르고 반원을 그리다 한켠에 개켜놓은 자기 똥을 다지고 밥그릇을 엎어도 그 아이는 누군가 다가가면 허락하는 모든 부분을 핥아 주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 그 자리를 다 돌고 나서, 그 아이는 결국 마음 속 태엽이 부러졌고. 짖었다. 할머니 집 강아지 이름은 모두 같았으므로 그 아이가 닭장을 찢고 닭을 물은 개였는지, 새끼 낳았다고 끓여준 미역국을 다 엎어뜨린 신랑 개였던지 기억이 희미하다. 이제 할머니 집은 허물어져 밭이 되었다. 추석에 성묘하고 밭을 지나오다 개집이 있던 녘서 고구마 잎을 땄다. 안녕 반가워 또와 그 자리 심어져있던 마음만큼 따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