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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사는 여성의 집을 타깃으로 한 범죄를 다루는 이 영화의 첫인상은 좋지 않았다. 수를 헤아릴 수 없는 피해자들이 있는 범죄를 영화화 됨에 따라 구체적인 범행방식이 등장하고 사건을 위해 가져온 소재에 불과할 것같단 우려 때문이었다. 오히려 범죄를 이렇게 저지르면 된다고 홍보해주는 꼴이 되진 않을까. 뭐 이런. 배우들의 영화홍보 스킬은 딱 그정도였다. <도어락>에 출연한 어떤 배우는 이 영화가 겨울에 나올법한 스릴있는 오락영화라고, 또 다른 배우는 이 영화를 결혼 장려 영화라고 설명했다. 이 영화의 주역인 이들의 작품을 보는 깊이가 이 정도인가 싶을 정도로 충격적인 발언이었다. 평범한 여성들은 혼자 살며 심심치 않게 겪게되는 생활 공포를 그저 뉴스에 나올법한 일을 모티브로 한 그저 스릴러라고 인식하다니. 평범한 사람들에겐 오락이 아니라 현실이다. 이 영화가 많은 여성들에게 불쾌한 인상을 주었고, 거기다 배우들이 기름을 끼얹은 꼴이 됐다. 영화 보기 전 내 가 가진 인상은 이러했다. 스포일러 주의하세요. 감독과 함께 시나리오 작업을 했을 박정희 작가가 여자인지는 모르겠지만 영화에 나오는 미친놈들의 대사와 행동이 하이퍼 리얼리즘이다. 이런 범죄가 벌어졌을 때 경찰의 대응은 우리가 익히 뉴스로 보던 것처럼 안일하게 흘러간다. 주인공이 이미 극한의 공포를 느끼고 처음 신고를 했을 때 경찰에게 이건 사건이 아니다. 오히려 신고한 여성을 탓하고 예민한 사람 취급을 한다. 나중에 그 집에서 김 과장(이천희)이 죽었을 때 비로소 사건으로 인지하지만 애먼 주인공을 살인범으로 몰기도한다. 또 형사(김성오)는 피해자의 심신을 이해하지 못하고 다그친다. 내편인데 내편이 아니다. 스토커, 최종 범인의 대사, 행동들도 마찬가지다. 주인공은 회사에서 제 업무를 친절하게 했을 뿐인데 꼬리를 친 여자로 직장에서 곤란한 꼴을 당하고 그는 주인공의 동선을 스토킹하다 결국 집까지 따라온다. 본인이 살인범이 아닐지언정 주인공의 직장에서 소란을 일으켰고, 스토킹까지 했으면서 자신에게 누명을 씌웠다며 다시 쫓아와 피해자를 때리는 장면도 그렇다. 어이 없지만 많은 여성들이 이런 사람들 때문에 지금도 고초를 겪고있고, 누군가는 이런 사람같지 않은 사람들의 손에 죽었다. 최종 범인이 너도 사실 좋지 않냐고 말할 때 소름끼쳤지만 그리 놀랍지 않았다. 왜인지는 아마 많은 여성분들은 아실거다. 우리는 현실에서 ‘싫다’를 말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 실질적 청력 상실자들을 너무 많이 만나왔다. 이 영화에서는 윗집 피해자 여성 김승혜를 제외하고 총 4명의 남자가 죽는다. 김 과장(이천희 분), 형사(김성오 분), 스토커(조복래 분), 범인(이가섭 분). 김 과장은 주인공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고 지극히 정상적인 생각을 가진 남자다. 스토킹으로 위험하고 곤란한 순간에 경민을 구해주기도 한다. 그러나 범인의 손에 죽는다. 이상한 소리를 많이 하긴 했지만 어찌보면 평범한 형사도 죽음을 맞이한다. 혼자 사는 여성들을 타깃으로 한 이 범죄는 분명 ‘여성’들만의 문제로 여겨졌다. 이 영화에선 이 두 사람이 살해당하면서 더이상 여성들만의 문제가 아니게 된다. 초기 대응을 엉망으로 한 경찰은 별 거 아니라고 생각했던 범인에게 목숨을 잃고, 나는 저런 범죄에 엮일 거라 생각도 못했을 평범한 남자도 범인에 의해 살해당한다. 이건 더 이상 여성만의 문제가 아니다. 사회 문제이고 모두가 예방을 위해 힘을 모아야할 무거운 범죄다. 꼭 여성이 맡아야할 이유가 없는 여성주인공 영화들이 많아지길 바라지만 어쨌든 이 영화는 여자 배우들이 활약을 한 영화다. 어차피 세상에 나왔으니 오락으로만 즐기기 보다 많은 사람들이 이 이슈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기회가 되면 좋겠다. 더불어 배우들이 사회문제를 인식하는 방식도 조금은 달라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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