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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 영화의 결말은 공효진이 만든 결말이나 다름없다. 원래 결말은 무척 달랐는데 공효진이 이렇게 결말내지 않으면 출연하지 않겠다고 해서 만들어진 결말. 나는 요새 자주 사람들이 왜 여성과 남성을 대하는 태도가 이렇게 다른 것인가 하는 생각하는데 이 경우에도 고작 농담거리 하나 던진 걸 가지고 불매 이야기가 나오고 여성서사가 아니라는 이야기까지 나오는지 이해할 수 없다. 강간으로 송치된 남, 성희롱한 남, 성추행한 남, 가정폭력남 등등 진짜 '폭력'을 저지른 남배우들이 나오는 영화/ 드라마 모두 잘만 소비됐는데요. 2. 경민은 8살 때부터 살인범이 찾아올 것에 대비해 훈련받은 헐리웃 속 여성주인공이 아니라 평범하게 교육받고 자란 현실에서 사는 여성이다. 자신의 현실에 최선을 다하기 위해 남고객에게 다정하게 말을 건네고 흔한 인삿말 한 마디 건넸을 뿐인데 오해를 받아 곤경에 처하게 되는 그런 여성. 이상하게도 그런 일들이 있을 때마다 경찰은 물론이고 피해자까지 자신을 탓하게 되는데 범죄피해자가 된 경민은 아무것도 못하고 벌벌 떤 자신을 염오한다. "가장 화가 나는 건 내가 아무것도 못하고 벌벌 떨기만 했다는 점이야." 나는 경민이 '수동적이고 답답한' 인물이라는 점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경민은 주기적으로 비밀번호를 바꾸고 남성속옷에 남성 신발까지 갖다고 늘 주의를 기울이며 살면서 이상한 일을 겪을 때마다 경찰에 종종 신고해왔는데 그럴 때마다 돌아오는 건 눈총과 예민한 사람 취급이었다. 경민이 경찰에 신고하고 더 적극적으로 도망가는 것 외에 뭘 할 수 있었을까. 경민은 도망가는 대신 누구인지 알기 위해 노력하고 시간이 지날 수록 더욱 대담해지고 효주가 위험에 처했을 때 앞뒤 따지지 않고 달려가 문을 부순다. 나는 현실에서 경민에 대한 평가가 범죄피해자를 향해 가해지는 2차가해와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고 생각한다. 3. 영화 개봉 전 여성의 불안을 상품화한 것에 불과한 것이라는 의견이 눈에 띄었는데 영화를 보기 전까지 여성의 공포를 가볍게 다루었을까 약간의 걱정이 있었는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그런 생각은 들지 않았다. 물론 후반부로 갈수록 지나치다고 생각했지만 그동안의 고어영화와 달리 여성의 나체를 전시하지도 그들의 죽음을 지나치게 클로즈업하거나 비명소리를 착취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지 않았다. 이 점은 원작과 매우 다른 점이고 첫 시퀀스에서 버스에서 남자들이 "술을 먹고 집에 같이 갔는데 그냥 되돌아 왔다고? 너 진짜 ㅇㅇ 아니냐?" 하는 짧게 나오는 대화들로 미루어 보았을 때 영화는 여성혐오범죄에 대해서 명확하게 인식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4. 또 하나의 좋은 점은 영화 속에 등장하는 남자들의 유형과 그들의 결말이며, 반면에 효주와 여주와의 우정관계를 변주시키며 다루는 점이다. 효주 진짜 참친구. 5. '누군가'는 아직도 이 영화 속에 등장하는 남자들이 지나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누군가는 대부분 남자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여자들은 페미니스트이든 아니든 아마 모두가 동의할 것이다. 일상에서 그들을 경험하기 때문이다. 아마 지나다고 생각한 당신이 그들일지도. 6. 나는 이 영화가 적어도 청년경찰이나 V.I.P 등 여타 여혐범죄를 상업화하고 전시한 영화들보다 흥행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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