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희연희

Night and Day
Avg 3.4
밤인데 낮인 여름의 파리, 욕망과 도덕적 금기의 경계선이 모호해지는 곳. 파리에 온 대신 '밤'에 함께 기울이는 '소주'는 빠졌다. 2014년 여름에 파리에 갔었는데, 10시가 넘어도 해가 지지 않아서 기묘하던 그 기분이 영화 속에 그대로 살아있었다. 아 오르셰 ㅜㅜ 성남이 결혼한 유부녀 옛 애인을 지하철 역에 데려다 주는 시각은 사실 어두워야 하는 저녁이거나 밤이다. 밝은 햇살 아래에서 옛 애인은 만취하여 집에 들어가기 싫은 뉘앙스를 던지지만 성남은 도망친다. 어딘가에서 옛 애인의 프랑스인 남편이 지켜보고 있을 것만 같아(너무 밝기도 하니까) '너무 긴장해서 발바닥에서 땀이 다 났다'고 한다. 알딸딸한 기분으로 적당히 서로 예뻐보이는 저녁이 아니라, 대낮의 햇살 아래 떠다니는 먼지들 사이에서 민낯으로 떡 하니 서 있는 상대방을 바라보는 기분. 밤과 낮의 구분이 사라지면서 꿈과 현실의 구분도 모호해지고 욕망을 상상만 하는 것과 실천에 옮기는 것의 경계도 모호해지고. 낯선 땅에서 만난 고국의 낯선 사람. 신비로운 동시에, 외롭고 고립된 곳에서 누구보다 친근한 존재. 낯선 땅에서의 사랑에는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한정된 기간이라는 요건도 주어진다. 한정성 역시 마음껏 주어진 기간 동안만 사랑할 자유와 한정된 사랑이라는 안타까움을 동시에 주는 굉장한 촉매이다. 밤과 낮, 꿈과 현실, 욕망하는 것과 욕망의 실천, 낯익음과 낯섦, 파리의 아름다움과 더러움, 예술과 (실제)생활, 예술과 외설, 진실과 거짓말, 목적와 성취, 진짜와 가짜, 쾌락과 도덕적 금기, 그리고 남한과 북한(이선균). 며칠 내내 베토벤 7번 2악장 홀릭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