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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 오강남의 <진짜 종교는 무엇이 다른가>를 읽으며 심층종교란 "절대자 혹은 신에 대한 단순 믿음을 통해 외부에서만 정답을 찾는 것이 아닌 내부에서 정답을 찾고 이해와 깨달음을 종요시하는 것"이란 걸 알았다. 수많은 종교들 중에서 특히 불교는 여타 다른 종교와 다르게 유난히 심층종교적인 측면이 강한 종교이다. 물론 어딘가 사이비 비슷한 불교도 있을 것도 사실이고 다른 종교가 심층종교적인 모습이 없다는 것도 아니다. 아무튼 내가 불교를 숭상하고 다른 종교를 깎아내리는 것이 아니라는 것만은 알아줬으면 좋겠다. ​ 불교는 종교이면서 철학이다. 시작은 부처였지만 이것을 발전시키고 전승시킨 것은 다른 사람들이다. 인간의 언제나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기에 불교에서도 수많은 논쟁과 분열이 있었고 이를 토대로 한 변증법적인 통합도 존재했다. 칼루파하나의 <불교 철학 - 역사 분석>은 이러한 과정을 바탕으로 종교로서 신비화되기 이전의 불교를 분석한 책이다. ​ 초기 불교의 역사를 다룬 1부에서는 인도의 사상적 배경에서 불교가 탄생하게 된 종교적, 철학적 맥락을 서술하였고 2부에서는 부처의 열반 이후에 변화하기 시작하는 불교의 사상을 추적하여 소승불교와 대승불교로 갈라선 뒤에 각 분파가 이루어낸 사상적, 철학적 발전을 살펴본다. ​ 솔직히 말해서 나는 이 책이 꽤나 어려웠던 것 같다. 아마 시간을 두고 2번 정도를 더 읽어야만 내 것이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책에서 느꼈다는 생각도 아마 모든 불교 관련 책에서 나오는 것과 동일하다. ​ "모든 형성된 것은 사라지기 마련이다. 방일하지 말고 할 일 을 완수하라." 라는 부처의 유훈이다. 부처에게 이러한 가르침을 받고도 슬퍼한 많은 제자들이 있었지만 이러한 가르침을 제대로 이해하고 부처의 죽음을 슬퍼하지 않고 정말 아무렇지 않고 무덤덤하게 넘어간 제자들도 있다. 여기서 누군가는 "그런 깨달음을 남겼기에 부처이고 그 이해불가능한 것을 이해했기에 기록에 남은 부처의 제자다." 라고 말할 수도 있다. 뭐 물론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이들 모두 우리와 다를 바 없는 한 명의 인간이었다는 것을 알아줬으면 좋겠다. ​ 부처는 생각보다 우리에게 그렇게 어려운 걸 요구한 게 아니다. 무조건적인 신앙을 요구한 것도 아니고 제물을 요구한 것도 아니다. 단지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겨라는 것 그리고 열반의 경지에 오르라는 것. 이것이 전부이다. 벗어나야한다. 불교에서 "벗어남"이란 인간답지 않은 것들을 떠나고 인간답지 않게 만드는 것을 다스리는 것이다. ​ "인간적이다." 라는 단어가 누군가에겐 행동양식과 휴머니즘을 뜻할 수도 있으나, 적어도 불교에선 "깨달음에 가장 가까운 상태 혹은 무명에서 벗어날 가능성을 가장 크게 품은 존재" 라는 것이다. ​ 우리가 인간적이라는 사실이 정말 즐겁지 아니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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