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성준

삼체 1~3 세트 - 전3권
Avg 4.2
1권 삼체문제 (5.0) "잘 쓴 과학소설이란 제일 변화무쌍하고 제일 정신 나간 상상을 뉴스 보도처럼 진실하게 쓴 것" 정말 그러하다. 이 소설은 문화대혁명과 외계인 컬트, 예정된 멸망 그리고 양자 수준의 인공지능에 이르기까지 도저히 한묶음으로 여기기 힘든 소재들을 가져다 상당히 강렬한 테마와 함께 현실의 기반 위에 쌓아올린다. 다소 현학적인 부연 설명들이 많지만 그것조차 매력적이다. 정말 기대되는 시리즈 2권 암흑의 숲 (5.0) 여러 차례에 걸쳐 끊임없이 전복되는 소설. 시종일관 심리 미스터리의 형태로 외계 문명과의 치밀한 수싸움이 전개되다가 갑작스럽게 시간이 엄청나게 흘러버리는 부분이 포인트. 독자들은 작중 "동면자"들처럼 어리둥절한 가운데 쉴 새 없이 전개되는 사건의 흐름에 몸을 맡길 수 밖에 없다. 마지막 결말은 경이로운 수준. 정말 엄청난 작품이다. 다음 권에서 이 설정들을 어떻게 이어나갈지 너무 기대된다. 너무 늦게 읽기 시작한 것이 아쉬울 정도이다. 3권 사신의 영생 (5.0) 어마어마한 SF이자 여태 읽은 해당 장르 가운데 단연 압도적인 작품. 동시대의 이런 작품을 놓칠 뻔 하다니... 이야기의 뼈대 자체는 단순한 로맨스라고 할 수 있다만은, 무시무시한 장치들이 곳곳에 숨겨져 있다. 인문학적 감수성으로도 충분히 흥미로운 사고 실험들이 한가득이다. 마지막 권을 통해 류츠신은 전권에서 개념만 설명한 "암흑의 숲"의 진면목을 제대로 묘사한다. 4차원, 우주상수의 수정, 은하 전쟁, 차원공격, 저광속 블랙홀... 반전과 급변침을 연달아 지나가는 픽션의 특성상 당연히 발생하는 파워인플레이션을 <삼체>는 아주 효과적으로 처리한다. 그 방법은 다름 아닌, 더 강력한 무기를 끊임없이 고안해내는 것이다. 류츠신의 우주는 절멸의 공포로 가득 찬 곳이며, 태양계라는 성계에 살아가는 인류라는 종은 우주적 차원에서는 그 지위가 먼지 한 톨조차 되지 않는다. 그리고 눈부신 승리나 정복의 위업 대신, 인류는 처절하다고 할 수 있는 결말을 맞이한다. 하지만 그것이 그 어떤 결말보다도 희망적이라는 역설이 흥미롭게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