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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일

오세일

2 years ago

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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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Dry Grasses

Movies ・ 2023

Avg 3.5

폭력과 대립의 역사는 끊임없이 반복되며 결국 공존할 수 없는 두 가지 유형의 형태를 파생시켰고, 후에 그것은 진보와 보수라는 명확한 갈래로 나누어지게 된다. 시간이 흐를수록 화합은 옅어지고 불화는 진해지는 세상 속에서, 어찌 보면 인간과 모순이라는 개념은 더 이상 떼려야 뗄 수 없는 유착 관계가 되어버린 것일지도 모르겠다. 영화는 극단으로 상반된 삶의 태도를 지닌 두 명의 인물 사이에, 서로에 대한 공존의 가능성이 아른거리는 듯한 순간을 제시한다(성관계를 맺기 직전의 상황). 하지만 그러한 희망도 잠시, 남자가 갑자기 문을 열더니 영화 세트장 밖으로 나가서 비아그라를 먹고 다시 영화 안으로 복귀하는 다소 당혹스러운 장면이 등장한다(흔히 말하는 제4의 벽을 깨는 장면). 영화는 이처럼 공존의 희망을 읊조리기 직전에 이 모든 것들은 영화일 뿐이라는 사실을 관객들에게 상기시켜주며, 스크린 밖의 현실에서도 과연 이러한 희망이 존재할까에 대한 염세적 고찰을 요구한다. 실제로 성관계를 맺은(듯한) 뒤에 남자는 여자와의 약속을 보란 듯이 어기게 되고, 자신을 그토록 괴롭게 했던 학생을 끝내 용서하지 못한다(남자는 이 학생을 한때 일종의 구원자로 여겼었음). 애초에 어렵사리 진행된 성관계조차 비아그라의 도움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었기에, 영화는 처음부터 세상의 긍정에 대해 설파하고자 할 생각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렇기에 <마른 풀에 관하여>는 지독히도 불행하고, 세상의 모든 빛을 부정하는 영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