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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일

오세일

2 years ago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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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exandra

Movies ・ 2007

Avg 3.8

적어도 내가 지금까지 본 알렉산더 소쿠로프의 영화는 크게 두 가지의 테마로 나뉜다. 바로 역사와 가족이란 테마이다. <알렉산드라>의 경우 가족의 테마에 훨씬 근접한 내러티브를 겸비하고 있지만, <어머니와 아들> 혹은 <아버지와 아들>처럼 그들만의 이야기가 아닌 군대라는 특수한 공간에서 할머니라는 대상이 보편화된다. 손자가 지내는 군대의 내부를 방황하는 할머니 알렉산드라의 시선은, 곧 그 공간 안에 존재하는 모든 젊은 장병들을 바라보는 각각의 할머니의 시선이자 감정을 대변한다. 그녀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군대는 그저 전쟁의 참상으로 인해 이루어진 청춘들의 미래가 단절된 공간이며, 부조리한 동원의 실태이기도 하다. 그러한 알렉산드라의 관념은 시장에서 만난 비슷한 나이대의 노파와도 공유되며, 이미 악해져 버린 세상에 대한 탄식과 자유를 빼앗긴 시대에 절망한다. 하지만 그녀는 아무런 저항도 할 수 없다. 손자가 작전을 위해 위험 지역에 투입된다는 말을 듣고도 떠나는 그의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만 볼 수밖에 없는 나약함. 알렉산드라와 손자 사이에서 그동안 쌓여왔던 갈등이 심화되는 순간. 알렉산드라와 살면서 느꼈던 가족의 억압이란 아픔과 그로 인한 상처를 쏟아내는 손자. 그리고 그녀가 감히 어찌할 수 없는 군대의 규율에 대한 한탄. 그러나 결국 말다툼의 끝에 남게 되는 것은 서로를 향한 진정한 사랑뿐. 전쟁조차 막을 수 없던 그 초월적인 사랑은 끝내 과거의 갈등마저 소멸시킨다. 그토록 사랑하는 손자를 뒤로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것밖에는 할 수 있는 것이 없는 알렉산드라. 집으로 돌아가는 기차에서 하염없이 부대를 바라보던 그녀의 옆모습만큼은 소쿠로프가 빚어낸 가장 처연한 순간의 이미지 중 하나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