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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ther

Esther

4 years ago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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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마다 만우절

Books ・ 2021

Avg 3.7

윤성희 소설에서 사람의 몸은 나약하고 허약한 개인의 한계를 보여주는 장치가 아니라, 일생 동안 부서지고 다치고 회복할 수 없도록 망가졌던 삶의 모든 순간을 건너온 유일한 힘으로서 다시 발견되는 것만 같다. 이제는 가만히 있어도 통증을 앓는 몸을 느끼는 이들이 과거를 회상한다. 옛날 그때 그 일들을 어떻게 버틸 수 있었던 건지, 그 슬픔을 어떻게 지나온 건지, 그때 영원히 망가져 버린 것은 무엇인지. 흐릿해져 전혀 기억할 수 없는 일이 있는가 하면 시간이 지나도 또렷해지는 기억이 있다. 내 곁에서 나만큼이나 자신의 삶을 견뎌 온 타인도 있다. 내가 완전히 잊고 있었던 일을 그들이 말해 주어, 그제야 새롭게 새겨지는 기억도 있다. 그렇게 과거는 늘 새롭게 발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