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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라 칼만, 우리가 인생에서 가진 것들
Avg 3.8
Jul 23, 2025.
#2025년 26번째 책 팟캐스트 여둘톡의 추천으로 읽게 된 책. 생각보다 엄청난 감동으로 와닿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중간중간 마음에 드는 부분들이 있는 책이었다. *추천의 글/박연준 (시인) 중 칼만은 완전히 '혼자'일 수 있는 여자는 드물다는 것을 아는 것 같다. 혼자이면서 아이를 돌보고, 혼자이면서 세상을 수선하고, 혼자이면서 고통을 헤아리고, 혼자이면서 사랑을 도모하는 여자들. 이들의 손은 팔이 아니라 마음에서부터 뻗어 나온다. *추천의 글/김선우 (화가) 중❤️ 책장을 덮으며 문득 내가 이제껏 붙잡아 온 것, 지금 붙잡고 있는 것, 그리고 붙잡으려 하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본다. 그런 생각을 할 때면 몹시 두려워진다. 삶이란 그 무언가를 온 힘을 다해 지켜내고, 다시 그 무언가를 애써 포기하는 일의 연속이니까. 게다가 우리는 알고 있다. 손에서 모래알이 빠져나가듯 결국 그 모든 것을 놓아야 할 때가 온다는 사실을. 때로 그 명료하고 잔인한 사실이 삶의 의지를 모조리 무너뜨리기도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그것이 우리의 삶을 일으키는 가장 강력한 힘이 되기도 한다는 것은 슬픈 아이러니다. *❤️ 여자들은 무얼 가지고 있나? 집과 가족 그리고 아이들과 음식. 친구 관계. 일. 세상의 일. 그리고 인간다워지는 일. 기억들. 근심거리들과 슬픔들과 환희. 그리고 사랑. 남자들도 그렇긴 하지만, 그닥 비슷한 방식은 아니다. * 그들은 의견이 다르고, 다투고, 부루퉁해지고, 침울해지고, 맥이 빠지고, 그런 뒤에 세잔은 체리 혹은 나무를 그리고, 오르탕스를 그리고 또 그린다고 생각하니 기운이 난다. 그리고 마음이 차분해진다. 그건 하루하루가 투쟁이고, 녹록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체리가 담긴 그릇을 그린다는 건, 대단한 일이다. *❤️ 내 친구(남자)가 말했다. 내 어휘집에서 행복이라는 단어를 삭제하면, 행복해질 거라고. 동의할 수 있을 듯하다. * 오른쪽 여자는 핍케 이모다 (정말이지 쓴 알약 같은 사람). 핍케 이모에겐 악의가 너무 많았다. 그는 한 번 더 생각하는 법이 없었다. 사실, 그게 이모의 큰 기쁨이었겠다 싶다. * 나는 사물들과 그것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정말로 사랑한다. * 어머니는 우리에게 묻곤 했다. "가장 중요한 게 뭐지?" 우린 정답이 시간이란 걸 알고 있었다. 어머니가 불행한 결혼 생활에 너무 많은 시간을 허비했다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얼마만큼 불행했을까? 셰익스피어적인 수준으로? 흔해 빠진 정도로? 알 수 없다. 어머니는 더 이상 살아계시지 않기 때문에 여쭤볼 수 없다. 하지만 어머니는 결국 아버지를 떠났고 자신의 시간을 찾았다. 그런 시간을 찾는 게 우리가 원하는 전부다. 당신은 시간을 찾자마자 더 많은 시간을 원할 것이다. 그리고 그 시간 사이에 더 많은 시간을. 충분한 시간이란 결코 없을 것이다. 그리고 절대 붙들고 있을 수도 없다. 너무나 이상하다. 우리는 살아간다. 그런 다음 우리는 죽는다. 뭐라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이상하다. * 아버진 뭘 가지고 있었을까? 그는 나를 안고 있었다. 그는 자기가 약속한 건 다 했다. 그가 모든 비용을 댔다. 우리는 잘 먹었고 잘 입었다. 여행도 잘 다녔다. 나는 무용 레슨과 피아노 레슨을 받았다. 그는 나를 데리고 스케이트장에 갔다. 그 밖에 그는 뭘 가지고 있었나? 가족을 잃은 비통함. 어쩌면 그 비통함이 그를 이상하고 부조리한 세계로 이끌었을지도 모른다. 그는 방탕했다. 많이. 그는 점점 더 멀어졌다. 의심이 많아졌고, 화가 났고, 상처를 받았다. 그는 무엇을 갖지 못했나? 말하려니 슬프지만, 내가 나이를 먹어가면서, 나의 사랑과 이해였다. 어쩌면, 아버지가 죽은 지 여러 해가 지난 지금은 그가 더 나은 대접을 받아야 했다고 말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는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다고. 하지만 지금에서야, 말은 쉽지. * 우리 가족은 아이디어를 주고받으며 지식을 나누는 실질적인 대화를 한 적이 없었다. 모든 걸 불쑥 내뱉거나, 웅얼거리거나, 수군거리거나, 고함을 쳤다. 어떤 것도 의미가 통하질 않았고 누구도 다른 사람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런데도 어떻게든 줄곧 서로의 기분을 상하게 했다. *옮긴이의 말 중❤️ 생각해보면, 열일곱 살 때부터 지금까지 나도 줄곧 그랬다. 항상 나의 재능과 힘을 의심하면서 내가 얼마나 할 수 있고 또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궁금해했다. 나는 무엇을 가질 수 있을지, 무엇을 담을 수 있을지, 세상을 얼마나 힘껏 껴안을 수 있을지 알고 싶었다. 내 반대편의 사람들뿐만 아니라 내가 사랑하는 이들이 내게 부과한 무게를 감당하며 얼마만큼 더 나아갈 수 있을지 정말 알고 싶었다. 그런 것들을 알기 위해서는 가만히 있어선 안 된다. 바르트는 문학에는 검력계檢力計가 없다고 말했다. 그래서 작가들은 일기든 메모든 졸작이든 끊임없이 쓴다. 그래야만 문장의 힘으로 세계와 타인을 어느 정도까지 끌어당길 수 있는지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삶에도 검력계가 없다. 삶을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얼마만큼 끌어당길 수 있는지는 사랑과 열정을 가지고 스스로 해보는 만큼만 알 수 있다. *옮긴이의 말 중❤️ 칼만은 길과 공원과 시장에서 마주친 여자들, 그리고 자기 엄마와 할머니가 '가진'것들에 대해 쓴다. 물론 그것들이 다 좋기만 한 것은 아니다. 여자들은 사랑과 다정함, 기쁨과 긍지뿐만 아니라 고통, 상처, 신경증, 증오와 분노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그건 그들이 소망하고 싸우며 버티고 있다는 증거다. 그래서 우리는 의기양양한 여자, 무력한 여자, 환호하는 여자, 분노하는 여자 모두와 함께 나아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