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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 나이트(2008)'에서 조커(히스 레저)가 뱀의 형상을 차용했다는 얘기들이 있다. 찢어진 입, 낼름거리는 혀, 비늘을 닮은 양복. 배트맨은 선을 조커는 악을 상징한다. 악을 상징하는 뱀, 성서에서 하와에게 선악과를 먹게 하여 눈이 밝아지고 세상에 죄가 들어오게 한 바로 그 뱀이다. 다크 나이트가 성서의 뱀을 모티브로 한 선과 악의 대결을 그리고 있다면 자연스럽게 '배트맨 비긴즈(2005)'는 공생애를 시작하기 전 광야에서 시험받은 예수를 떠올리게 한다. 트릴로지의 마지막 작품 '다크 나이트 라이즈(2012)'는 제목처럼 예수의 부활을 모티브로 하고 있다. 클린 슬레이트라는 전과를 삭제해주는 프로그램(예수를 넘겨주는 대가 은30)을 얻기 위해 웨인의 지문을 훔쳐 전재산을 날리게 하고 배트맨을 베인의 함정으로 이끈 캣우먼은 가룟 유다를 상징하고, 배트맨의 허리를 부러뜨려 라자루스 핏에 던져버린 베인은 본디오 빌라도를 상징한다. 본디오 빌라도는 사형집행권을 가진 로마 총독이었고 베인은 스스로를 고담시의 심판자라고 소개했다. 오프닝부터 숨막힐 듯한 긴장감을 조성한다. 물론 다크 나이트의 오프닝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다크 나이트와 비교하진 말자. 그건 반칙이니까. 핵융합전문가 파벨 박사가 죽은 것으로 위장하기 위해 추락하는 비행기 속에서 박사의 동맥과 시체의 정맥을 연결한다(이건 비현실적이지만). 혈액이 재빨리 시체로 들어가도록 심장마사지를 하는 장면이 보인다. 그리고는 추락하는 비행기. 거의 완벽한 오프닝이 아닐까 한다. 톰 하디가 연기한 베인은 조커와 비교 당하며 매력없는 빌런으로 과소평가되었다. 이 부분 역시 조커와 비교하는 건 반칙이니까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다. 특이한 기계음의 목소리에 배트맨을 압도하는 하드웨어가 엄청난 위압감을 줬다. 앞서 본디오 빌라도를 상징한다고 했는데 로마 총독이었던 그처럼 군대를 조직하고 빌라도가 수로 공사를 했던 것처럼 하수구를 연결해 병력과 군사 장비를 마련한다. 베인에 의해 허리가 부러졌지만 배트맨은 결국 부활한다. 성서에서 예수가 부활했듯이 그리고 나사로가 부활했듯이 라자루스 핏에서 배트맨은 탈출한다. 이 영화는 결국 희망을 이야기하고 있다. 고담시 같은 지옥 같은 곳에도 희망이 존재하는가. 영화를 봤다면 그 대답을 알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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