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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공적이라기엔 인민군은 배제된 채 중공군만 나오며, 이데올로기적인 적대감보다는 그저 서사적인 위치에 놓이는 듯하다. 물론 이 같은 방식은 적을 지나치게 적대화 함으로써 되레 그들의 주체성을 공고히 하게 되는 상황을 피하기 위해서라는 지적을 언젠가 본 것 같다. 그럼에도 전쟁에서 외부의 적 대신 내부의 공동체적인 유대에 초점을 두는 묘사는 아무래도 좀 더 휴머니즘의 측면으로 나아갈 여지가 있어 보인다. 예컨대 전운과 비운이 함께 맴도는 (개인적으로 가장 좋았던) 엔딩의 투숏-롱숏처럼. 대신 영화는 남성성에 보다 집착을 하는 것 같은데, 이상적인 분대장으로서의 면모를 선보이는 장동휘의 존재감이나 남자라는 칭호(?)를 획득해내는 '언니'가 그렇다. 특히 (미군을 위한) 여성을 쟁취해내는 면에서 가장 노골적이지만, 그와 동반되는 폭력성을 보면 마냥 남성성의 미화라고만 보기도 어렵지 않을까 하는 조심스러운 생각이 든다. 오히려 강조와 집착이 그들/것의 허위와 위약함을 비집고 있는 건 아닐까. 더욱이 남성성과 폭력성이 노골적으로 동시에 교차하는 술집 씬에서, 오직 돈으로 그 두 가지를 모두 해결하고자 하는 병사들의 태도에서 어떤 자본적인 문제마저 느껴졌다면 그건 과장일까. 이왕 말이 나온 김에 조금 과장된 감상을 한 가지 더 보태자면, 앞선 술집 씬의 갑작스러운 난장과 의아한 해결도 그렇지만, 장동휘의 카리스마적인 존재감과 구봉서의 희극적인 태도를 필두로 공동체의 결속과 유대를 이끌어내는 면에서 어딘가 존 포드의 영화 ㅡ정확히는 존 웨인과 맥라글렌이 함께하는 기병대 3부작ㅡ 가 떠올랐다. 여하간 전쟁 영화로서의 박진감을 잃지 않으면서도 분노와 같은 적대감을 이야기의 동력으로 삼기보다는 휴머니즘과 같은 성찰적인 태도를 더 붙잡으려 함은 다른 여느 전쟁 영화와 비견터라도 손색 없을 장르적인 유려함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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