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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홀드 마이 하트'는 갑작스레 아버지이자 남편과 이별을 하게 된 모자가 그의 죽음을 극복하는 과정을 그린 드라마다. 마리사 토메이와 찰리 플러머라는 상당한 배우들을 내세운 이 영화는 굉장히 짧은 러닝타임 안에 상당한 감정적 여정을 압축시킨다. 가장 큰 장점은 아무래도 배우들이다. 찰리 플러머는 '린 온 피트'와 약간 비슷하면서도 결이 다른 연기를 하며 엄청난 혼란과 슬픔에 빠진 10대 소년의 변덕을 진실되게 연기한다. 자칫하면 과장되고 정신 없는 캐릭터처럼 비춰질 수도 있었으나, 찰리 플러머의 연기가 이 캐릭터에 설득력을 부여했다고 생각한다. 마리사 토메이는 이따금씩 너무 과장된 게 아닌가 싶기도 했지만, 본격적으로 캐릭터가 주도하기 시작하는 후반부부터는 훌륭했다. 그 외에 티모시 올리펀트는 짧은 스크린 타임에도 불과하고 영화 내내 느껴지는 존재감을 과시했으며, 상당히 인상적인 조연이었다. 80분 정도 되는 상당히 짧은 영화지만, 사실 2시간짜리 영화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가장 큰 이유는 꽤 많은 챕터들로 영화를 쪼갠 구조 때문인 것 같다. 챕터들은 인물들의 심경 변화 시점을 알리는 듯한 역할을 한다. 마리사 토메이의 캐릭터 같은 경우는 그래도 감정적 변화에 어느 정도 일관적인 흐름이 있어서 이런 구조에서도 따라가는데 큰 문제는 없었지만, 찰리 플러머 같은 경우는 챕터가 변할 때마다 변화가 꽤 많아서 이해하는 어려움이 있었다. 챕터 구조 때문에 페이스는 뚝뚝 끊기는데, 찰리 플러머의 캐릭터는 감정 굴곡도 심하니 전반적으로는 불연속적인 감정선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그럼에도 영화가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는 것은 일종의 바통 터치가 중간에 이뤄지기 때문이다. 찰리 플러머의 캐릭터가 이해하기 어렵고 멀게 느껴질 시점부터 마리사 토메이의 캐릭터가 사실상 이야기를 주도하기 시작한다. 이 자연스러운 바통 터치를 통해 영화는 각기 다른 방식으로 고통을 대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와 그들이 치유하는 과정을 그리는 동시에 관객들이 두 주인공에게 번갈아가며 몰입할 수 있도록 하는 듯하다. 그러면서 80분이 2시간처럼 느껴지는 긴 호흡은 지루하게 느껴지기 보다는, 묘하게 수많은 감정들이 여유있게 압축되며 숨 쉴 공간이 주어진 듯한 꽤 괜찮은 페이스로 보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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