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nulzlxr

Repo Men
Avg 3.3
이 영화를 보며 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주인공 레미가 아닌 제이크, 그러니까 주드로의 친구 역이다. 제이크는 참 끈질기다. 그는 레미의 말대로 '가장 친한 친구를 하마터면 죽일 수도 있었던' 수를 써가면서까지 레미를 리포맨으로 남겨두려고 노력한다. 그것은 아마 제이크가 자신들이 속한 시스템이 레미를 살려낼수 있을만한 능력을 가졌다고 믿었기 때문일 것이고, 어딘가 좀 이상하긴 하지만 '직업은 직업일 뿐'이며 리포맨으로서의 친구의 삶이 더욱 괜찮다고 생각했기 때문일 것이다.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이것이 바로 제이크가 레미에게 하고싶었던 말이 아닐까 싶다. 그런데 레미는 아이러니하게도 바로 그런 자신 때문에 더욱 확실하게 그 선을 넘고, 지금까지와는 너무나 다른 세계에 눈을 뜬다. 영화 중반 도망자들의 무리와 마주친 레미에게 한 여자는 이런 인사를 건넨다. 'welcome to your world, repoman.' 그렇다. 유니온 안에 존재하던 리포맨에게 이제는 유니온 밖의 세상이 '제' 세상이 되어버렸다. 그리고 이것은 가히 하나의 새로운 세계다. 공존하는 세상 안에 존재하던 확연히 다른 세계다. 그 세계에 발을 디딘 이상 레미는 더이상 다른 이의 몸에서 장기를 빼낼 수 없게 된 것이다. 이제 레미는 확실하게 그쪽으로 넘어가려 하고, 제이크는 그런 레미를 있는 힘껏 붙잡는다. '그쪽으로 넘어갈거면 없어져버려!' 따위의 패악을 부리는 것이 아니라, 이쪽 세계로 다시 넘어오기를 간절히 바란다. 그러니까 말하자면 자신과 같이 투닥거리기도 하고 때로는 연체자를 상대로 내기도 하는, 어딘가 모르게 이상하지만 나름대로 '안온한' 자신들의 세계에서 계속 살기를 바라는 것이다. 그 편이 레미가 행복해지는 길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이러한 믿음은 영화 말미에서도 일관되게 이어진다. 제이크는 붙잡은 레미의 심장을 빼내거나 쏴죽이지 않는다. 오히려 다른 몇개의 장기를 몰래 빼내 계약금을 충당하면서까지 신상 신경회로를 부착해주며 레미의 행복한 여생을 기원한다. 제이크는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이 '유니온' 이라는 시스템 속에서의 안위가 가능하다고 믿는다. 참 병신같지만 눈물겹다. 그것은 제이크의 행동에 '진심'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썩은 시스템을 가장 충실하게 지키는 무서운 개는 바로 이런 '어리석은 진심'을 가진 사람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