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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내전으로 인해 처참하게 파괴된 아프가니스탄, 폐허 속에서 삶의 많은 것들이 박탈당한 사람들을 비추는 영상 위로 ‘인간의 땅’이라는 부제가 떠오르는 순간의 묘한 기분. 2. 배들의 무덤이라 불리는 방글라데시의 치타공, 그곳의 선박 해체업과 노동자를 비추는 영상 위로 ‘인간의 땅’이라는 부제가 떠오르는 순간의 묘한 기분. 3. 이방인의 숙명을 짊어지고 사는 아르메니아의 예지디족, 융화되지도 못하고 존재하지도 못한 채 희미해져 가는 그들의 삶을 비추는 영상 위로 ‘인간의 땅’이라는 부제가 떠오르는 순간의 묘한 기분. 4. 1988년부터 시작된, 끝이 보이지 않는 싸움을 하는 중인 미얀마 학생 민주 전선의 청년들, 깊은 정글 속 그들의 투쟁을 비추는 영상 위로 ‘인간의 땅’이라는 부제가 떠오르는 순간의 묘한 기분. 5. 네팔의 마오이즘 공산 반군, 카스트의 멍에가 남긴 상처를 안은 채 사람다운 삶을 위해 싸우는 젊은이들을 비추는 영상 위로 ‘인간의 땅’이라는 부제가 떠오르는 순간의 묘한 기분. 이하 사족. 풍요 속에 사는 나는 ‘삶은 투쟁이다’란 문장을 막연한 이미지로 이해하고 있었던 것 같다. 삶이 삶답기 위해 투쟁해야 하는 수많은 사람의 이야기를 보고서야 나는 ‘삶이 어찌 투쟁이 아니겠는가?’하는 생각을 할 수 있었다. ‘인간의 땅’이라는 부제는 이 5편의 다큐멘터리를 관통하는 훌륭한 제목이다. ‘인간의 땅’ 위에 펼쳐진 ‘인간의 삶’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 그것은 ‘저렇게 힘들게 사는 사람들에 비하면 내 삶은 얼마나 괜찮은가?’ 따위의 값싼 자기 동정이 아니다. ‘저것이 무엇이기에 인간을 이처럼 살게 하는가?’와 같은 종류의 조금 더 근원적인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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