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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바비라는 실수" . 유바비라는 캐릭터는 유미의 세포들에서 잘못된 자리에 위치하고 있다. 완벽하고 로맨스-이상향적인 남자주인공이 유미의 세포들에서 하는 역할은 무엇일까. 유바비는 누구나 좋아하고 싶게 생겼고, 연인의 심리를 무엇이든 정확하게 꿰뚫는 사람이다. 그런 유바비의 완벽한 배려와 성격 때문에, 유미가 주체적으로 사고하고 대응하는 씬은 극도로 줄어들었다. 한 때 작품의 주인공은 유미였다. 유미의 현실적인 인간관계와 심리적인 대응이 이 작품의 핵심이었다. 그러나 유바비의 등장 이후에 유미는 한낱 이입용 주인공으로 전락하게 된다. 독자들은 유미에 이입해서 남자 주인공과의 간접연애를 추구하게 된다. 이는 첫째로 이야기의 생동감을 떨어뜨린다. 누구나 이입할만큼 정형화된 캐릭터가 되어가는 유미의 행동패턴은, 항상 예측가능한 범주에서 이루어지게 되기 때문이다. 둘째로, 독자는 유미에 이입하는 동시에 한편으로는 유미와 유리화된다. 즉, 유미의 독립적인 인격체를 바라보면서 그 안에서 자신의 모습을 찾아왔던 독자들은 더 이상 그러지 못하게 된다. 즉, 역설적이지만 '이입'이 '공감'을 쫓아낸다. 이는 이입이 관망을 불가능하게 하면서 유바비에 대한 유미의 일방적 수용을 유바비에 대한 독자의 일방적 수용으로 전이시키기 때문이다. 그 사이에 인간적인 공감은 더이상 이루어지지 않는다. 공감은 거리를 필요로 하는 것이다. 앞선 모든 내용을 정리하자면, '유바비에 의해 이끌리는 관계'에 사로잡힌 독자들에 의해 이 웹툰은 '유미'의 세포들이 아니라 '독자들'의 세포들이 되어버린다. 유미가 이야기 속에서 자율적으로 선택하고 행동하는 '살아움직이는 존재'가 아니게 된 것이다. 그리고 그 점이 상기한 두가지 문제를 야기하는 것이다. . 이건 웹툰 치즈인더트랩(이하 치인트)의 패망에서도 엿볼 수 있는 현상이다. 초반의 치인트가 진가를 발휘한 건, 사실 유정과 인호의 외모의 완벽함 때문만은 아니었다. 직접 입에 담아도 오글거리지 않는 대사들, 현실적인 주변 인간군상에 대한 묘사, 그리고 주인공의 추리와 심리추적을 로맨스와 적절히 융합시킨 것이 인기 포인트였다. 그러나 로맨스 장르에 한발을 걸치고 있어서인지, 결국에는 독자들의 호들갑과 오지랖이 이어졌다. 치인트에서의 선택은 홍설이 해야하는 것이고 그 홍설의 심리를 따라가야 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런 홍설의 모습(자기를 따라하는 여자아이에 대응하는 것이나, 자기를 미묘하게 견제하는 여자동기에 대응하는 것 등)이 공감과 흥미를 자아내는 것이다. 그러나 어느 순간 홍설은 유정과의 로맨스를 즐기기 위한 '대리만족용 1인칭 이입 수단'으로 전락하게 된다. 그리고 웹툰은 여자주인공이 잘생긴 부자남주와 연결되는 흔한 스토리로 변질된다. 그래서 이야기에 대한 생동감은 떨어졌고, 홍설에 대한 공감은 사라졌다. 그 결과 종반에는 웹툰의 인기마저 하락하고 순위도 내려갔다. 무엇보다도 정체성을 잃었다. . 이것이 유바비가 실수인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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