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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문장빨로 마지막장까지 잘 읽히지만, 허술한 점들이 많다 - 빨간 눈의 진행과 사람들의 심리 변화의 상관 관계가 어설프거나 앞뒤가 맞지 않는다. 최악의 치사율을 자랑하는 무시무시한 질병이 한창 진행중인데 사람들이 광장에 모인다고? 어느정도 질병이 퍼지고퍼진뒤, 면역을 가진 생존자들이 시위를 한다면 모를까, 설득력이 거의 없다. - 질병 발생 얼마 후(소설 초중반)에 목숨을 무릅쓰고 구호물자를 훔친 사람들이 등장하는데, 빠른 물자 소진에 대한 이유나 설명이 없다. 중후반까지도 등장인물들이 물자를 잘도만 구한다 - 개는 후각의 세계에서 산다. 후각보다 시각이 중심이 되는 부분이 설득력이 떨어진다. !이하 스포일러 주의! '인간의 생명만이 아니라 다른 생명도 소중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의 이야기'가 주된 주제 중에 하나이고 그를 위해서 주캐릭터가 희생까지 마다하지 않지만 생명이란 테마를 끝까지 밀고가지도 않는다. 그저 개의 목숨도 소중하다라는 것에 그치고 만다. 개는 사람과 친하니까 개의 목숨도 중요하다 라는게 테마가 되어버렸다 개를 주된 소재로 삼은 것은 문제없는데, 그를 통해서 작가가 말하고자 했던 생명이란 테마에는 다다르지 못했다 정유정 소설은 거창한 주제의식에서 시작하고 굉장한 필력으로 전개되지만 협소한 세계 속에 갇혀있는 느낌들이 들어 안타깝다 처음에 정한 주제를 전달하기 위해 온 힘을 쏟기만 하다보니, 세계관이 얄팍해진다, 하나의 주제가 있지만 더 넓은 세상 속에서 그 주제와 부딪히는 정당한 이유를 거진 다른 가치관이 등장하고 부딪히고 작가가 아무런 결론을 내리지 않아도 소설 속의 첨예한 사건 속에서 여러 세계가 살아숨쉬듯 불완전하게 남아있기 때문에, 오히려 소설이 완성되는 그런 소설의 경지에는 이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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