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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행하고 게으르지 말며 비난과 칭찬에도 흔들리지 말라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처럼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진흙에 더럽히지 않는 연꽃처럼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이 글귀에 반하여 읽게 된 책이다. 고타마 싯다르타의 사후, 제자들이 그가 생전에 남긴 가르침을 간추려 간결한 산문과 시의 형태로 구전하다가 후에 총 5장, 70경, 1149수에 달하는 경전으로 엮었다고 한다. 불교 최초의 경전으로 알려져 있으며 인도에서 시작된 초기불교의 모습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의미있는 기록이기도 하다. 사실 만족스럽지는 않았다. 나름 큰 기대를 갖고 읽기 시작했는데 그 형식에서부터 상당히 애를 먹었던 것이다. 오랜기간 구전된 영향 탓인지 형식적으로 동일한 의미를 담은 구절이 지나치게 반복되어 읽기에 지루한 탓이었다. 위에 인용한 구절처럼 울림이 있는 진실한 문장들이 곳곳에 있었지만, 상당히 많은 구절이 다른 구절과 의미가 크게 다르지 않아 지루함은 더해져만 갔다. 깨달음을 얻어 피안으로 향하는 것만을 진리에 입각한 삶이라 주장하는 부처의 가르침에도 상당히 거부감이 일었다. 이는 불교의 근본이 우리나라와 같은 대승적 사상이 아니라 소승적 사상에 입각해 있었기 때문인데 다른 누군가와 영향을 주고 받을 수밖에 없는 현대의 삶 속에서 개인적 수행과 피안으로의 도피만을 추구하는 종교사상은 그 생명력이 의심된다 하겠다. 석가가 말하는 대로 견해나 학문, 지식이나 계율, 도덕이 없이 인간이 평안해질 수 있을까? 나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모든 존재에게 있어 만물에는 장점과 단점, 옳음과 그름, 좋고 싫음이 존재한다. 그리고 이러한 판단이 어우러져 독립된 생각을 이루고 하나의 사상을 이루며 더 나은 무엇을 만들어가는 기초가 된다. 만약 이 모든 것의 근간이 되는 판단을 제거한다면 인간은 그 자체로 자유로워지는 것이 아니라 무엇도 판단하지 않는, 살아도 살아있는 게 아닌 존재가 되고 말 것이다. 어쩌면 산 존재가 아니게 되는 게 해탈과 통할지 모르지만, 살아있음에도 살아있는 게 아닌 존재가 되는 것은 해탈이 아니라 해탈을 가장하려는 어리석은 행위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 엄연히 살아있음에도 모든 판단을 배제하고 오직 침묵과 없음의 세계로 침잠하는 것은 결코 이상적 삶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옳고 그름을 가리지 않으려는 태도를 고수함에도 자신의 진리가 참 진리임은 어떻게 안단 말이며, 남에게는 그것만이 진리라고 주장하는 태도를 피하라고 설법하면서도 스스로는 자신의 사상이 진리라고 주장하는 건 또 무엇이란 말인가. 다른 대부분의 종교사상과 마찬가지로 <숫타니파타>가 그려내는 초기 불교사상 역시 다른 사상으로부터 자신들의 사상을 원천적으로 보호하려는 경향을 띄고 있는 듯해 실망스러웠다. 불교의 진전을 보고 싶었으나 <숫타니파타>가 그리고 있는 초기 불교의 사상과 그 사상이 제시하는 길은, 깨어있는 인간으로서 걸어갈만한 게 못된다고 생각하였다. 이 책을 읽음으로써 내가 구하고 싶었던 건 이런 게 아니었기에 그리 만족스러운 독서가 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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