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mment
★★★★ 시간 순서대로 늘어 놓았다면 그리 특별할 것 없는 한 가족의 이야기였을 텐데 무수히 작은 조각들로 나누고 인물과 세대를 오가며, 처음에는 넓고 길게 나중에는 좁고 짧게 배치하는 구성이 인상적이었다. 그럼으로써 한 개인의 가족사뿐만 아니라 인도 사회의 여러 얼굴들을 찬찬히 들여다 볼 수 있었다. 기회가 되면 다시 읽으면서 작가가 곳곳에 감춰 놓은 의미를 하나씩 발견해 보고 싶다. - - - ★★★★ 틈틈이 끼어드는 이 문장과 일화들은 무슨 말일까 어리둥절하면서도 아름다운 문장들에 홀려 따라가다보면 어느새 그 습하고 눅눅한 공기와 분위기에 푹 젖어드는 기분. 마지막장을 덮으며 눈물을 참다 처음으로 돌아가 다시 읽기 시작하니 한 번 지나온 길을 걸으며 전에는 못봤던 꽃과 가로등 따위를 발견하는 기분. 그러면서도 새로운 이야기를 읽는 듯한 기분. 영국과의 미묘한 분위기와 각종 차별의 행태가 이야기 속속들이 자연스럽게 녹아들어가 있어 그 뉘앙스를 곱씹으며 찬찬히 여러번 읽으면 더 좋을 것 같은 책이다. 언젠가는 이 작가처럼 '서구의 언어를 습득한 지식인'의 입이 아닌, 하층민, 하위주체 스스로가 그들의 언어를 찾을 수 있기를, 그 언어로 그들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있기를, 그리고 그 이야기가 들려질 수 있기를 바라 보기도 했다. - - - ★★★★☆ 우리가 흔히 접하는 ‘신’은 큰 존재다. 애초에는 작은 이들의 믿음을 모아 만들어졌겠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큰 사람들을 위한 존재가 되어버렸다. 교단이 만들어지고, 정치가 생기고, 신의 이름 아래 많은 일들이 정당화된다. 아마 세상에 일어난 전쟁의 희생자 중 3분지 1 정도는 신의 이름 아래서 신의 뜻대로 생명을 박탈당했을 것이다. 이 소설은 그 ‘큰 신’의 이름 아래 사라진 ‘작은 것들의 신’을 위한 추모가인 것 같다. 뉴스를 보거나 신문을 읽으면 사람들이 주목하는 것은 굵직굵직한 사건들뿐이다. 이름만 들어도 누구나 알법직한 거물들의 이야기들로 가득 채워져 있다. 하지만 우리 삶에서 정작 중요한 것은 그 거창한 사건들보다 주변에 일어나는 작은 일들이다. 누군가와 만나 밥을 먹고, 새로운 것을 찾고, 사랑에 빠지고… 흔히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작은 일들이 중요한 것이다. 하지만 너른 세상의 큰 시스템은 그런 작은 것들을 눈여겨보지 않는다. 커다란 톱니바퀴 사이에서 세상의 하찮은, 작은 일들은 모두 으깨어져 버리는 것이다. 그리고 그 ‘작은 것들의 신’을 잃은 이들은 나이를 먹어, 소위 말하는 ‘큰 사람’ 이 되어도 빈자리를 메꾸지 못하고 상실의 시대에서 계속 살아가게 된다. 하지만 큰 신을 섬기는 큰 사람들은 그 무자비한 무지로 하루하루 일상처럼 작은 것들의 신들을 파괴하고 살아간다. 자신들이 무엇을 죽이는지도 모르는 채 말이다. 하지만 그래도 이 책을 읽어본다면, 내가 섬기는 신이 ‘큰 것들을 위한 신’인지, 그리고 그 신의 이름 아래 ‘작은 것들의 신’ 이 으스러지고 있는 건 아닌지 한 번쯤 돌이켜 보게 되지 않을까? - - - 참가자 : 노희승, 재성, CtrlV
11 likes0 repli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