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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초기 영화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인, 하지만 남성 중심으로 쓰인 영화사에서 배제된 최초의 여성감독이자 최초의 서사영화 감독 중 한 명, 알리스 기 블라쉐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이다. 영화는 파멜라 B. 그린 감독이 직접 전세계 시네마테크의 아카이브를 뒤지고, 알리스 기 블라쉐의 자손들을 찾아가 얻어낸 필름, 사진, 유품, 편지 등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그의 생애를 따라간다. 에디슨, 뤼미에르 등과 함께 누가 영화의 발명자가 될 것인지를 두고 경쟁한 고몽의 비서였던 알리스는 1895년 3월 영화의 탄생을 목격하게 되고, 고몽이 영화제작을 시작하자 그곳의 첫 영화의 연출, 각본, 제작을 맡게 된다. 1896년 최초의 서사영화 중 한 편인 <양배추 요정>이 탄생했다. 그는 그 뒤로 천여 편의 영화를 연출했고, 1910년대엔 미국으로 건너가 직접 영화 스튜디오를 차려 다양한 영화을 제작하기도 했다. 그는 존재 자체로 급진적이었으며, 뒤이어 등장한 초기 여성 감독들에게 영향을 끼쳤을 뿐만 아니라 직접 발굴해내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루이 푀이야드와 같은 고전 영화의 거장들을 영화계에 데뷔시킨 인물이기도 하고, 할리우드 대형 스튜디오의 초기 영화들이 그의 영향을 받기도 했으며, 소련 영화의 초기 거장인 세르게이 에이젠슈테인에게도 영향을 미쳤음이 이 영화를 통해 드러난다. 하지만 가장 충격적인 것은 알리스 기 블라쉐의 존재를 모르는 수많은 영화인들의 인터뷰이다. 그의 이름을 제대로 들어본 적 없다고 말하는 여러 유명 영화인들에게 알리스의 영화를 보여주고, 이를 보고 놀라는 반응이 담긴 장면들은 충격과 동시에 감동을 선사한다. 우리는 영화의 아버지로 뤼미에르 형제를, 서사 영화의 창조주로 조르주 멜리에스만을 떠올린다. 하지만 이 영화는 남성 영화사가들, 남성 저널리스트들 등에 의해 배제된 알리스 기 블라쉐를 복권시키려 한다. 우리에게 알려지지 않았을 뿐, 그의 영향력은 이미 조르주 멜리에스와 같다. 파멜라 B. 그린은 지금까지 쓰여진 역사는 중요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역사의 오류와 편증을 수정하는 것 또란 중요하다고 말하는 것 같다. 마치 남성 미술사가들에 의해 배제된 여성 작가들이 70년대가 되어야 발굴되기 시작된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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