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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자에 대한 사회의 부정적인 시선을 비판하는 장면에 설득력을 주고 싶었다면 애초에 약자를 개그의 요소로 쓰면 안됐다. 그건 단지 약자에 대한 또 다른 폭력이 될 뿐이다. 설령 그런 장면들이 어떤 이들에겐 깨우침을 줄 수 있다고 치자. 그렇다 하더라도 약자를 개그의 요소로 쓰는 것이 타당성을 갖진 못한다. 약자를 개그의 요소로 갈아 넣어서 만든 결과물이 과연 진정으로 약자를 위한 일이라고 생각하는가? 그 또한 약자가 아닌 사람들의 자위질에 지나지 않는다. 남이 상처받는 개그는 계몽에 있어서 어떠한 장치로써도 아무런 효력이 없다. 기득권과 피기득권의 관계에서는 더욱 그렇다. ‘여자는 아이폰 남자는 안드로이드’ 이게 감독이 원한 블랙코미디의 수준인가? 하긴 생각해보면 맞는 말이긴 하다. 삼성오너는 성매매하다 걸렸는데 애플오너는 적어도 그런 짓은 하지 않았지. 이건 메타적 블랙코미디 맛집으로 인정함~~~~ - - 누군가는 자기가 웃음의 소재가 되었다는 사실에 또 다시 아프고 쓰라린 상처를 받게 된다. 약자를 고통에 몰아 넣는 끊임없는 굴레의 반복일 뿐이다. 백번 양보해 혐오의 현장을 관객에게 보여주고 깨달음을 주기 위해서 그랬다 하더라도 영화 전반적으로 굳이 넣지 않아도 될 기분 더러운 연출이 너무 많다. 아니 그리고 젤 중요한건 니 깨달음을 위해서 왜 저한테 상처를 내세요? 약자는 깨달음의 도구가 아니다. - - 혐오는 개그요소가 아니다. 하고픈 말이 결혼한 남자 3명 중 2명은 바람을 피운다는 건가? 그 와중에 게이보다는 차라리 여자랑 바람피우는 게 낫다고 끊임없이 게이들의 성행위를 비하하고 비교질하고. 그리고 바람 핀 건 남자인데 왜 ‘가수 지망생 21살 여자애’를 갑자기 끌어들여서 걸레, 헤픈 년이라고 굳이!! 꼭 집어서!! 몇 번씩이나!! 얘기하는 것인지. 유해진이 맡은 역할 너무 현실성 있어서 토하게 징그럽고 그 역할에 끝끝내 꼬박꼬박 존댓말 붙여가며 변명하고 남편 눈치를 보던 염정아 역할은 더 현실 같아서 소름 돋는다. 말로 하려다 안 통하니까 손을 올릴 거 같은 행동을 취하고 소리를 지르는 이서진 역할은 그냥 우스울 정도. 그 와중에 여자들은 비밀도 없어. 고작 해봤자 내연녀 역할이나 지아비만 바라보는 순정파 주부나 남편만 사랑하는 애교쟁이 어린 와이프일 뿐. 영화의 잘못이 아니라 그냥 너무 기대했던 내 잘못이라고 생각하고 싶은데, 모두가 다 웃던 영화관에서 나만 혼자 웃지 못하고 벙쪄있던 그 순간이 자꾸 떠오른다. 내 남편이 바람피워서 혼외자식이 생겼는데 고작 각성한다는게 거울 보면서 붉은 립스틱을 바르며 화장을 고치고 도도한 걸음으로 나가기는 인간적으로 너무하지 않나? 남자는 양다리도 모자라 세 다리를 걸치는데 여자는 그 와중에 자기가 세컨드가 아니라 세 번째 내연녀였다는 사실에 상처받아서 싸대기 올리고 사라져버리는게 전부이고... 차라리 여성의 캐릭터가 서사의 도구라도 쓰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 건 처음이다. - - - - - - 혐오를 단 한 번이라도 당한 사람은 차마 웃지 못하는 코미디. 혐오를 하는 사람들만 블랙코미디라고 말하는 즐거운 코미디. 영화가 마냥 너무 재밌기만 하고 단 하나의 껄끄러움도 없었다면 자신의 인생을 다시 한번 생각해보세요. 분명 당신이 말 할 때 갑분싸 된 적 단 한 번이라도 있을 거예요. 없었다구요? 그럼 눈치도 없으신거임. 저도 맘 같아서는 0.5점 때려 박고 고소당하는 악성 댓글이 뭔지 몸소 보여주고 싶었는데 그러면 정작 이 글을 읽어야 할 사람들이 읽지 않으니까요. 최소한의 점수는 주고 최대한 부드러운 말투로 무엇이 잘못인지 나름 친절하게 써봤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어떤게 요점인지 모르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그냥 문득 이게 제가 실제로 사는 현실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누군가에게 상처를 준 사람은 상처를 준 사실조차 모르고, 심지어는 그 상처를 보고도 ‘그건 상처가 아닌데; 엄살 오져’라고 말을 하고 상처를 받은 사람만 ‘이거 아픈 거 맞는데... 이상하다...’ 계속 상처에 대해 생각하게 되는 거. 알쓸신잡이라는 프로그램에서 김상욱 교수가 이런 말을 하더라고요. “불균형은 불균형으로 끝나지 않는다. 소수가 느끼는 불편함을 다수는 ‘인지’조차 못 할 수 있다. 우리가 정상으로 느끼는 것들이 누군가에게는 불편 일 수 있다.” 저와 다른 의견을 가지신 분들의 글은 잘 읽어봤지만 게이를 제 멋대로 사회적 약자 취급한다는 말에는 차마 진심으로 할 말이 없네요. 다짜고짜 심한 쌍욕 박으시는 분들 너무 많아서 그런 사람들은 차단했는데 저는 늼덜 생각해서 이렇게까지나 친절하게 말해주는데 갑자기 쌍욕 박으면 인간적으루다가 섭섭하지만 이해해봅니다. 그러니 당신도 저의 불편함을 이해해보려는 노력이라도 해보셨으면 좋겠네요. 영화 보는 내내 이게 내가 사는 현실의 현주소라는 생각에 너무 외롭고, 보고 나서도 너무 외로웠는데 어디선가 또 외롭게 영화를 보고 나왔을 누군가를 위로하기 위해서 긴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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