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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영화에게 기대란 눈곱만큼도 없었다. 우리나라에서 자주 등장하는 오락물이겠거니 시간이나 때울 작정이었다. 영화가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내 예상은 크게 빗나가지 않았음을 확신했다. 재미없진 않은데, 느낌이 촌스럽달까.. 겉멋든 연출에 과장된 배우들의 연기까지. 그런데 신기한 건 단점이 난무하는 초반인데도 불구하고 나는 절대 일시정지 버튼을 누르지 않았다는 것. 이상하게 몰입되고, 은근히 재밌다 이 영화... 나중에 또 보게 돼도 전혀 지루해하지 않고 잘 볼 자신이 있을 정도로. 우선 김래원과 엄정화는 빛이 날 정도로 자신이 맡은 역할을 완벽하게 소화해냈다. 특히 엄정화의 헤어스타일, 진한 화장, 화려한 패션은 영화가 끝나고 나서도 결코 잊을 수 없는 강렬한 이미지를 각인시켜주었다. 최악의 여형사를 연기해주신 홍수현씨는 진짜 비주얼 하나만으로 배우가 됐는지 의문이 들 정도로 심각했다. 거친 여형사 캐릭터가 인상만 조금 찌푸린다고 소화 가능한 게 아닐 텐데, 하여튼 몰입이 잘 돼다가도 금방 그녀의 연기 보고 한숨이 나오기도 했다. 그래도 풋풋한 홍수현의 모습을 볼 수 있어서 그나마 좀 나았다. 배태진의 오른팔로 나온 김정태는 우리 동석이 행님이 가볍게 두드려 박살내실 줄 알았는데 은근히 애먹으셔서 당황했다. 아, 이거 범죄도시 아니지 착각을 불러 일으킬 만한 그의 비주얼. 여전히, 험상궂으신 표정, 10년이 지났는데도 변한 게 없다. 이 영화의 명장면 🎬 1. 갯벌 마동석이랑 오정세도 케미 진짜 괜찮다는 생각이 든 장면 ㅋㅋㅋㅋㅋㅋㅋ 뻘을 맞은 우리 마블리는 새침하게 토라지는데 그게 또 어찌나 귀엽던지. 깔깔 시원하게 웃어대는 정세형도 매력 터지고, 그들의 의리가 얼마나 굳건한지 몸소 느껴지더라. 그런 의리가 있기에 환상적인 팀워크가 나올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2. 종이 위의 무지개 "종이를 보지 말고 꽃을 봐. 꽃이 피면은, 그림도 핀다." 흐린 그림들이 서서히 무지개와 함께 나타날 땐 정말 입을 다물지 못했다. 종이 안에 열매가 심어져있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그 그림에선 꽃이 아름답게 피었고, 정성이 담겨있는 그림의 흔적을 완벽하게 복원했을 때의 쾌감은 어땠을까. 그는 눈을 감고 천천히 그 그림의 진짜 말을 음미하는 것처럼 보였다. 아 영화는 이래서 끊을 수 없다. 남들이 아무리 재미없다고 단정지어도 막상 내가 틀면 멈출 수가 없다. 웬만한 영화는 나한테 재미없을 수가 없기에, 특히 이런 오락 영화들은 더욱 그렇다. 재미없으면 그건 오락이 아니지, 기대 안 하고 봤다가 정말 재밌다는 말만 계속해서 연발하게 되는 영화. 다들 안 보셨더라면 꼭 보십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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