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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적 딜레마에 빠진 주인공, 그는 성공한 근대인의 표상, 이 사내에겐 고민으로 뒤척이는 밤이나 피하고픈 아침은 없다. 동이 트면 눈을 뜨고 올바른 선택을 내리러 갈뿐 난 이 모범 인간이 주는 메시지가 수상했다. 분명 오염된 정서가 느껴지는데 이게 영화의 문제인지 나의 모자름인지 보는 내내 헷갈렸다. 실마리가 풀린 건 반대편에선 유괴범에 대한 묘사; 고작 질투에 눈이 먼 하류인생이라니 병든 눈으로 바라본 건강한 사람의 추상이 꼭 저랬을까. 상류의 인간은 저렇게 어림도 없이 단단하고 하류의 인간은 저 어딘가의 관념 속에 파묻어도 기어 나오지 못할 만큼 병들고? 병든 이에게 잔인하게 구는 건 다른 병든 사람이 하는 짓이잖아. 구로사와 아키라에 대한 변명은 많이 있을 것이다. 그래서 따로 적지는 않는다. 다만 형식이 이야기를 갉아먹는, 수단이 목적을 방해하는 일을 여기서 또 보고 싶지는 않았다. 탐미주의가 그 목적이었다면 스타일의 방랑을 이해 못 할 것도 아니지만 입안의 쓴 기운이 영 가시질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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