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youmokmyn

The Trial
Avg 3.3
못과 심판 못(질)은 무언가를 마무리(완성)하고, 무언가를 망가뜨리기도 한다. 창조와 파괴, 심판과 벌처럼 완전무결한 이것은 세계의 완성이자 더이상의 수정은 없는 완료된, 닫힌 세계이다. 하지만 남성성(남근)으로 상정되는 대못을 들고가는 고행자는 굉장히 고통스러워 보이고, 그 고통이 너무 과도해 되려 우스워질 정도다. 가로등이 대못처럼 꽂혀 도열한 거리 옆으로 자신이 못질할 장소를 찾아 끝없이 헤맨다. 기존의 세상은 이것이 정언이라는(혹은 아니라는) 듯 책에 못을 박고 확고한 세계와 약속을 만들었다. 실상은 한 페이지라도 넘기면 찢어져 버릴 연약한 세계였지만 말이다. 그 세계에선 바닥에 못을 박기만 해도 절정에 느끼(느껴야만 했)던 여성들이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여성들은 구두와 못 자체에 못을 박는다. 신을 수 없는 구두가 되었고, 못이 될 수 없는 못이 되었다. 이전 세계와의 작별이자 기존 남성성에 대한 종언이다. 심판을 내릴 망치의 소유주들이 과연 평등한지 의심하기 시작한 것이다. 또한 성행위에 있어 수동적이었던 그는 성행위를 주도하고, 급기야 박혀있던 못들은 집을 빠져나오려 한다. 끝으로 우린 흰 벽에 꽂힌 수많은 못들을 하나씩 제거하며 마침내 화이트아웃되는 스크린을 보게 된다. 못을 뽑는 행위는 이전과 같은 상태로 돌아갈 수 없는, 이전 세계의 흉터를 동반하는 단절이다. 하지만 이미 뽑아버린 이상 재건은 불가피하다. 눈이 부실 정도로 새하얀 빛은 우릴 깨끗하고 선명한 묵시록적 결론으로 이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