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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진강

모진강

5 years ago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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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페미니즘의 테제들

Books ・ 2016

Avg 3.5

버틀러의 이론에 따르면 젠더는 권력에 의해 형성되고 고착화된다. 여기서 권력의 생산성은 담론이 만들어낸다. 담론은 그것이 수행될 때(수행성에 의해) 권력의 생산성이 확보된다. 담론이 권력으로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이유는.... 규범을 인용함으로써 이에 조응하는 사회적 현실을 직접 창출하기 때문이다.(234) 그렇다면 우리는 젠더라는 규범을 어떻게 부술 수 있는가? 수행 발화가 규범을 지속적으로 인용하게 되면, 규범은 발화 형식으로 나타나고, 이러한 형식은 점점 더 빈번한 반복을 통해 막강한 권위를 부여받게 된다. 여기서 우리는 일종의 순환구조를 보게 된다. 수행 발화가 규범에 종속되어 있는 것처럼, 규범도 역시 자신을 인용하는 수행 발화에 종속되어 있다. 여기서 우리는 어떻게 기존의 규범을 해체할 수 있는가? 발화와 담론으로써? 담론은 그저 규범을 인용할 뿐이다. 만약에 기존의 규범과 반대되는 대항 규범이 존재한다고 말한다면, 이는 헤게모니 논의로 회귀하며, 버틀러의 이론은 전혀 독창성이 없다. 만약에 버틀러가 대항 규범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는다면 내 생각에는 우리는 ‘어떻게 기존의 규범을 해체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마주한 채로 그의 이론이 끝이 나게 된다. 만약 대항 규범의 존재를 인정한다면, 여기서 담론은 얼마나 결정적일까, 하는 의문이 든다. 담론은 규범을 인용할 뿐이다. 예를 들어, “집안일은 부부가 같이 해야 한다”라는 대항 규범이 있다고 생각하자. 우리는 그 규범을 인용함으로써 담론을 형성한다. 그리고 이 담론은 '남녀가 집안일을 함께 하는 행위'를 통해 효과를 거둔다. 그런데 이는 영웅주의적이다. 몇몇 의식 있는 집에서만 집안일의 분업이 이루어질 뿐이다. “여자는 화장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담론이 있다고 하자. 이 담론은 화장을 하지 않는 여성들의 수행에 의해서 효과를 가진다. 그러나 이러한 수행의 실천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여자는 화장을 해야 한다”는 주류 규범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주류 규범의 압박에 의해 대항 규범은 ‘여자가 화장을 안 하자고 다니네... ㅉㅉ' 뭐 이런 비난이 두렵지 않은 몇몇 영웅적인 여성들의 수행에 의해서만 효과를 거둔다. 담론은 과연 결정적인가? 오히려 대항 규범이 나온 물질적 배경이 중요하다는 게 내 생각이다. ‘집안일은 같이 해야 한다’는 대항 규범은, 맞벌이 가정의 증가와 여성주의의 대중화가 그것의 배경이다. 물론 담론의 효과를 무시하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하나의 정치적 전술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것이 결정적인 지는 의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