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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Father is Strange
Avg 3.6
비단 아버지 뿐만 아니라 모두가 이상한 드라마에서, "아버지"는 단순히 특정한 누군가만을 지칭하지는 않을 테다. 어쩌면 "아버지"로 표상되는 가부장적 질서를 비롯한 이 외의 모든 전통적인 가치일반를 의미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전통적인 질서와 윤리는 뿌리채 뽑을 수 있는 것이 아니며, 굳이 그렇게까지 할 필요도 없다. 그저 지금의 시대에 비춰 보았을 때 조금 "이상한" 면이 있을 뿐이다. 이에 <아버지가 이상해>는 주시청층일 5060을 향해 단순히 전통에 매몰되지 말고, 2030이 향유하는 새로운 가치를 직시하고 이해할 것을 촉구한다. (※ 이하 스포 및 긴글주의) #1. 들어가며 드라마는 대개 즉흥적으로 평가하는 터라 코멘트를 안 쓴다. 그런데 우연히 접하게 된 <아버지가 이상해> (이하 아이해) 만큼은 왠지 한 번 이야기해보고 싶었다. 일단 얽히고설킨 가족관계와 할말 잃는 설정과 전개 등 다분히 막장스러운 내용으로써 주말 연속극의 기본(?)에 충실하다. 다만 전형적인 큰 맥락과 달리 곁가지처럼 등장하는, 각 세대별 고민에 대한 담론의 씬스틸이 자못 인상적이다. 젊은 세대의 유행어를 남용하며, 아예 자막으로 그 뜻을 보여준다. 이는 아마 주시청층이라 할 수 있는 5060 혹은 그 가까운 세대에 나름의 신선함을, 젊은 세대에겐 소소한 재미를 선사할 것이다. 이런 귀여운 연출은 둘째 치고서, 무엇보다 <아이해>는 '변혜영' 캐릭터를 필두로 2030의 다양한 고충과 가치를 전파하고자 시도한다. 물론 2030의 고충과 가치가 무엇인지 말하기는 조심스럽다. 그것의 본질에 대한 논의는 일단 넘어가고, 단지 드라마 속에 언급되는 여성의 경력단절, 혼외동거, 비혼 이슈 등에 주목하고 싶다. 이 외에도 가부장적 질서 속 여성, 공시생, 졸혼, 내집마련, 사교육, 고부갈등, 학교폭력, 어쩌면 반려동물까지, 다양한 세대를 아우르는 이런저런 현실 속 고민이 발견된다. #2. 한계 다만, 그 깊이가 상당히 얕다는 점이 문제일 테다. 다양한 이슈가 등장하나, 기초적인 수준에서 겨우 겉핥기식으로 묘사되는 터라 문제의식을 제기한다기보다는 단지 그런 것이 있다고 언급하는 정도에 그친다. 이에 안하느니만 못한, 지극히 어설픈 수준이라는 지적도 가능할 것이다. 또한 오직 재미(상업적 성과)에만 초점이 모아지는 한국 드라마의 환경적 한계로 인해 드라마 속 여러 이슈들은 진지함 없이 안일하고 무심하게 다뤄진다. 동성애자라는 오해가 유머로 작용하고, 멜로라인의 발전을 이유로 여성 매니저가 남성 배우에게 키스 자국을 남길 걸 요구 받는 상황을 집어넣는 것, 고시원 갈 돈도 없어 숙직실에 묵던 청년이 결국 재벌 2세였다는 점 등이 대표적일 것이다. 또, 비혼을 외치던 '혜영'이 끝내 결혼을 결심하듯 드라마는 2030에 공감하는 척 하면서 기존 가치의 우위를 주장하는 것처럼도 비춰질 수 있다. 이런 맥락에서 2030에 대한 화두는 단지 젊은 시청층의 확대라는, 전적으로 상업적인, 음흉하고 얄팍한 시도일지도 모른다. #3. 이해(1) 그러나 필자는 이 같은 단점을 조금 변호하고자 한다. 우선 결혼과 비혼은 단순히 개념 자체로선 아무런 가치도 내포하지 못한다. 그것의 가치는 선택의 이유, 숙고 등 그에 이르는 결단의 과정에서부터 비롯된다. '혜영'의 비혼은, 대부분의 여성들이 그러하듯, 결혼 자체가 싫다기보다 결혼이 내포한 불확실성과 리스크를 경계할 뿐이다. 이에 결혼인턴제의 형태를 제안하는 '혜영'의 결혼 승낙은 그저 전통 질서로의 굴복만을 의미하지는 않을 것이다. 나아가 좀 더 본질적으로, 주말연속극의 주시청층이 2030보다는 5060에 가깝다는 점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단순히 상업적인 목적 때문에 5060의 가치를 옹호하는 것처럼 비춰질 수도 있으나, 그래도 드라마의 방점은 2030 문화에 대한 5060의 이해에 맞춰져 있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아이해>를 보면서 이상하게도 <질투의 화신>이 떠올랐다. <질투의 화신>은 여성혐오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뒤, 적극적으로 전복시키려 했다. (그 결과의 만족 여하를 떠나서) 이 정도의 시도가 가능했던 건 아무래도 미니시리즈의 시청층이 2030이라는 점일 것이다. 그들의 문제를 전면에 내세워 지적하고 다루는 건 담론의 가능성일 뿐만 아니라 그 자체로 시청자를 충분히 만족시킬 수 있는 방향이기 때문이다. 반면 (젊어지고 있다고는 하나 여전히) 5060이 주요 시청층이 되는 주말극에선 2030의 문제를 적극적으로 다루기도, 그들의 가치에 쉽게 공감하기도 어렵다. 상업적인 한계일 테고, 가족극의 얼개와 잘 맞물리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일 테다. 마찬가지로 세대별 문제의 전반을 훑는 데 초점을 둔 듯한 <아이해>는 2030의 문제만을 적극적으로 옹호하거나 다루기보다는 5060이 그것을 이해할 수 있는 흐름으로, 세대 간 고민을 공유하고 서로의 거리를 좁히는데 주력한다. #4. 이해(2) 혼외동거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을 걷어내고 자기결정적 의미를 강조, 비혼과 졸혼 등의 개념과 가치를 언급하는 등 전통적인 관점을 넘어서는 새로운 길이 있음을 넌지시 비추는 흐름이 대표적이다. 예컨대 '혜영'이 혼외동거 사실을 들켰을 때, '혜영'의 대사는 성인남녀의 혼외동거가 결코 비윤리적인 게 아니라는 해명에 모든 초점이 맞춰진다. 은연 중에 드라마는 '혜영'의 동거 행위가 아니라 단순히 부모님을 속였다는 점이 문제라고 논점을 옮긴 뒤 이를 재차 강조한다. 이제 동거는 자기결정적 행위의 일환으로 그 비윤리성은 옅어지고, 가족에 대한 배신만이 이유가 되어 가족드라마적인 갈등을 유지한다. 이 외에도 '혜영'은 비혼을 이야기하며 결혼이 얼마나 비효율적이고 불확실한 것인지를 논하고, 결혼 역시 가족 간의 결합 이전에 오직 사랑의 연장선상임을 강조하기도 한다. 한편 '유주'는 사회생활에 있어 임신이 얼마나 핸디캡을 주는지, 그런데도 왜 회사를 그만둘 수 없는지를 말한다. 임신과 출산만큼이나 여성은 일하기를 원한다. 이는 임신하면 아내는 일을 그만두고 남편이 돈을 더 벌면 되는, 그런 경제적인 문제가 아니다. 나아가 '유주'가 과로로 유산을 하자 다른 직원은 출산휴직을 내는 식으로 드라마는 두 선택을 대비시킨다. 확실히 임신과 출산 역시 책임이 필요한 행동이며, 고로 임신으로 휴직을 하는 건 또 다른 책임과 결단, 자기목표의 실현이다. 그러나 임신과 휴직이 여성에겐 퇴직과 같은 선언이 되는 우리 사회기에 '유주'의 후회 가득한 눈물은 -그녀의 책임감을 탓하기보다- 육아와 일이 양립 불가능한 구조 속의 딜레마와 그에 희생될 수밖에 없는 여성을 여실히 보여준다. '정환'과 '준영'은 여느 남성이 그러하듯 여성의 결혼과 경력단절에 대한 무지를 조금씩 드러낸다. 남성은 물론이고, 전통적인 가치를 고수하는 여성에게도 며느리가 신음하는 문제에 대해서 한없이 무지하다. 그렇기에 주말드라마인 <아이해> 속 담론은 의미심장하다. 이 밖에도 좀 더 덧붙이자면, '정환'의 어머니와 아버지가 사용하는 빈궁마마 등의 여러 비하적인 표현으로 자궁 적출 수술을 받은 여성이 마주하는 현실 속 혐오를 적극적으로 끄집어낸다. 그리고 '정환'과 '혜영'의 리액션을 통해 그것이 얼마나 폭력적인지를 가늠케 만들어주기도 한다. 이처럼 2030이 공유하는 문제, 가치와 5060이 지녔을 전통적인 의식의 간극을 좁히려는 시도는 여러 회차에서 나타난다. 2030에 대한 전적인 인정보다는, 5060에겐 한없이 멀게만 느껴질 2030의 문화를 소개하고 타협점을 찾으며 이해로 점진할 수 있는 방향으로 이야기는 계속해 흘러간다. 물론 가치의 무게는 5060에 좀 더 실린 듯 하지만, 이는 상술했듯 장르적, 상업적 한계 때문일 것이다. 또한 2030의 문화가 윗세대의 인정, 동의, 허락 따위를 구해야 하는 건 아니기에, 여기서 말하는 타협과 이해는 단순히 세대 갈등을 극복하는 기반으로써 그 의미를 받아들였음 싶다. 조금 사족을 달자면, 이런 담론의 가능성 뿐만 아니라 <아이해>는 아이러니하고 양가적인, 입체적인 캐릭터라이징이 눈에 띈다. 전통적인 가치와 새로운 가치가 뒤섞여 인물을 지배하고, 절대적인 악인이 없어 어느 한 명에게만 책임을 지우지 않는다. 여전히 가부장적이거나 보수적인 캐릭터들이 등장하나, 대개 비판적인 입장을 취할 뿐더러 제법 진취적인 '혜영'의 미친듯한 존재감으로 전체적인 균형을 유지한다. 물론 그런 '혜영' 역시 전적으로 옳다거나 결점 없는 완벽한 캐릭터가 아니다. #5. 나가며 따스한 가족의 소중함을 보여주고 싶었다는 기획 의도처럼, 주말 가족드라마(특히 KBS)는 아무래도 보수적인 주제를 말할 수밖에 없다. 가족 간 갈등은 해소되어야만 하고, 끝내 결혼을 하며 화목한 가정을 완성해야만 한다. 타자와 마주하며 발생하는 그 모든 갈등은, 설령 상대가 상식 밖의 악인이라 하더라도, 가족애로써 기어이 극복되고 만다. 요컨대 기성세대가 신세대를, 남편이 아내를, 가족이 타자를 받아들이며 이야기를 끝맺는 가족드라마는 결국 기존 체제로의 복속이다. 또한 <아이해> 속 담론은 애당초 2030을 위한 것이었다기보다 각 세대마다 마주할 수 있는 다양한 문제를 다루다보니 자연스레 2030에 가닿았고, 그 속에서 나름의 비중을 차지했을 뿐이다. 그렇기에 무게감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고, 완벽하지도 만족스럽지도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해>의 가볍지만 독특한 시도는, 비록 그 끝이 어떻게 될 지는 아직 모르지만, 각 세대의 어려움을 마주케 하고 저마다 앓는 문제를 공유한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접근임에는 틀림없다. 특히 중장년층을 타겟으로 하는 드라마가 2030의 화두를 적극적으로 발언하는 부분은 분명 특기할 만한 하다. <넝쿨째 굴러온 당신>을 이후로 지적되는 KBS 주말드라마의 담론 변화 속에서 <아이해>는 어쩌면 새로운 변곡점으로서, 가족드라마라는 보수적 장르의 또 다른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