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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기 전, 표지 뒷면의 "너를 만나기 위해 이 모든 일을 다시 겪으라면, 나는 그렇게 할거야."라는 말을 먼저 알게되었고 굉장히 궁금했다. 도대체 얼마나 깊은 감정이면 진심으로 저런 말을 할 수 있는지. 이 책은 어떤 방식으로 흘러 갈 것인지. . . - "제대로 된 순서라는거 자체가 없어. 시작도 없고 끝도 없어. 사실 페이지는 늘 섞이고 있어. 책의 분량이 무한한 건 아니지만 그 책 안에서 언제나 새로운 독서를 할 수 있는거지." . - "책을 읽기는 읽는 건데, 이런식으로 읽는다고 생각해봐. 책을 읽기 전에 작두 같은 걸로 제본된 부분을 잘라내는 거야. 그러면 책이 종이 수백장으로 흩어지겠지? 그 종이를 화투 섞듯이 섞은 다음에, 아무렇게나 다시 제본을 해서 읽는 거야. 막 남녀 주인공이 책 시작할 때에는 서로 사귀는 것처럼 나오다가 갑자기 이야기가 뚝 끊기고, 다음 페이지에서는 아직 만나기도 전이고, 남자 주인공이 중간에 죽고, 그다음 페이지에서는 여자의 과거가 나오고, 그런 식인거야. 그렇게 책을 읽을때마다 매번 페이지를 뒤섞고 다시 제본을 해서 읽는거야." . - "도대체 너는 누구였어?" - "너는 도대체 누구였어?" - "도대체 누구였어, 너는?" . 이 책 또한 남자, 여자, 또는 다른 누군가가 페이지를 뒤섞어 놓은 상태인 듯한 느낌이 들었다. 먹먹했다. 순서를 다시 뒤죽박죽 바꿔 이 책을 몇 번 더 읽어보고 싶다. 아마 대수롭지 않게 넘겼던 부분에서도 새로운 의미를 발견하고 읽는 데 걸리는 시간도 다를 것이다. 그러나 엔딩이 어떻든, 만약 제일 행복한 장면으로 이야기가 마무리가 된다고 해도, 읽는 내내 찢어질 것 같은 내 마음은 변함 없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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