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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컬트라 하고 싶다. 영화 좋아하는 사람이 만들었다는 게 느껴진다. 전혀 다른데 작년에 작은영화관에서 본 <어둔 밤>도 떠오른다. <어둔 밤> 감독님 지금 무슨 일 하실 지 모르지만 성공하시면 이런 영화 찍어주세요. 철저히 상업영화 문법을 따르고 있지만, 비교군이 없어서 젊은 감독 아리 애스터 작품들처럼 유장하고 장려한 맛은 없다. 나홍진이나. 무언가 고전 호러나 호러란 장르에 대한 이해도가 깊단 느낌이 든다. 우릴 현혹시키려는 장치들이 몇 개는 납득이 잘 안 가고 제대로 전달도 못시키는 거 같은데 그런 시도 자체가 좋다. 패기가 느껴진다. 감독 자전적인 이야기 같기도 하다. 결국 호러를 만드는 이와 작중 귀신이나 관객, 뭐 이런 여러 층위에 같이 놓인 사람들을 동일시하는 희한한 논리가 저변에 깔려 잇는데 좋다 이정도면. 나는 뭔가 단점이 있는 영화가 좋다. 솔직히 <부산행>은 유난히 돌출한 신파가 있어서 더 좋아한다. 보고 울었단 소리가 아니라, 그런 단점들은 조금 인간적이란 생각도 들어서. 그거 처음 나올 땐 그럭저럭 봤지만 대여섯번째 볼땐 혀를 찼다. 그럼에도 난 21세기 좀비물들 중에 부산행이 가장 좋다. 그렇지않으면 아예 미학적으로 흠결이 없는 그런 완벽한 호러가 있을 텐데 아마 전자보다 적겟지만 아리 애수터 작품들이 그렇겟지 유전... 유전은 아마 내가 나중에 죽기전에 침상에서도 켁켁대면서 칭찬할 거 같다 ㅋㅋ 브레이킹 배드랑. 이건 그러니까 내겐 부산행 류의 영화 같다. 이게 메타 영화로서 제4의 벽을 부수고 호러란 장르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한 거였다면 감독이, 내 생각엔 그 지점에선 이 영화는 실패햇다. 근데 그 시도 자체가 과감하고 좋다.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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