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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투의 역사'는 동아리 선후배 관계인 다섯 사람의 꼬이고 꼬인 사랑과 질투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다. 한국 영화를 볼 때 가장 나를 두렵게 하는 순간은 스톰픽쳐스코리아 로고가 뜰 때다. 국내 배급사들 중 나에게 끔찍한 극장 경험을 가장 많이 선사한 곳이라 이제는 거의 트라우마 수준이다. 그리고 영화를 보며 그 두려움은 조금씩 현실화되기 시작했다. 이 영화에 대해 그나마 좋았던 점들을 우선 말하겠다. 오프닝은 좋았다. 굉장히 단순하지만 나름대로 짜임이 있는 연출과 구도가 보였다는 점은 칭찬할 만하다. 그렇다고 장점이라고 말하기엔 그런게, 스톰픽쳐스코리아 로고가 나온 후라 내 기대가 굉장히 낮아졌기 때문에 이런 사소한 점들도 그냥 반갑게 느껴졌다. 아, 그리고 남규리 예뻤다. 나머지는 모두 끔찍했다. 남규리, 오지호, 김승현, 장소연은 그냥 발연기했다. 조한선의 연기도 전혀 안 좋았지만, 그래도 개인적으로는 그의 연기는 뭔가 유쾌하게 별로라 분위기를 깨진 않았다. 다시 말해, '돌아와요 부산항애'의 주연이 제일 연기를 잘하는 수준인 출연진인 것이다. 기본적인 대사 전달력부터 감정 연기까지 완전 서툴렀고, 서로 간의 호흡도 너무 어색했다. 그리고 편집과 각본의 완벽한 부정교합이 너무나도 인상적이었다. 대체 이야기가 어떻게 흘러가는 것인지 도저히 이해 안 될 정도다. 누가 이 시점에서 누구랑 사귀고 있고, 다른 누구랑은 어떤 관계인지에 대한 설명이 너무 대충 돼 있어서 도저히 인물들과 이야기를 이해할 수가 없다. 5명의 사랑과 흠모의 이야기를 다루는 오각관계 멜로에 있어선 이보다 치명적일 수 있을까. 그리고 이 영화의 80프로 정도가 소주 마시는 술자리 장면이라 반복성도 장난 아니다. 캐릭터들의 극중 알코올 소비량에 있어서는 홍상수를 압도한다. 게다가 주인공이라고 봐도 되는 남규리의 캐릭터가 받는 수난도 설명을 제대로 안 하다가 막판에 대사로 몰아치는 삼류 전개도 참 볼만했다. 기술적으로도 (언제나 그렇듯이) 밑바닥을 보여줬다. 우선 시각적으로 모든 씬들이 너무 창백해서 마치 냉동고에서 찍은 듯한 느낌이 들었다. 분명 화사하게 그려도 되는 부분들도 있었는데, 그런 장면들에서도 배우들이 얼어죽기 일보 직전인가 할 정도로 색보정이 푸르게 돼있었다. 그리고 음향... '비정규직 특수요원'이 나왔을 때, 그 영화의 한 주차장 장면에서 너무나도 선명하게 또각또각 거리는 구두소리를 비판했었는데, 이 영화는 한참 더 나아갔다. 구두 소리는 물론이고, 술 따르는 소리, 문 여닫는 소리 등 정말 다양한 폴리 사운드들이 정말로 선명하게 들렸다. 특히 구두 소리는 똑같은 소리를 하도 반복적으로 써서 하나의 관전 포인트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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