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선거가 임박하면 지하철역 입구나
성당 앞 등에 어김없이 나타나 명함을
건네주며 “잘 부탁합니다”란 말과 함께
악수까지 청하던 후보들은 일단 선거가
끝나면 거짓말처럼 싹 사라졌다가 4년 뒤에
‘작년에 왔던 각설이’처럼 다시 나타난다.
.
명함에는 부드럽게 미소지은 사진도
곁들여지기 십상인데, 어차피 정치에
큰 관심이 없는 사람들은 잘생겼느니
어쩌느니 하며 인물 품평을 하기도 해서
기함을 하게 만든다.
국회의원을 인물 보고 뽑나?
인상이 좋으면 뛰어난 국회의원이 될
확률이 높아진단 건가?
속을 알 수 없는 이미지 메이킹이 먹히는 것은
바로 그런 이유에서이겠지.
.
대통령 선거는 이와는 좀 다르지만,
이미지 메이킹이 중요하다는 점에서는
다를 바가 없다. 눈물 한 방울 흘리는
사진을 통해 강성 이미지를 누그러뜨리고
따뜻한 감성을 가진 사람임을 강조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이 영화의 카스티요처럼
오히려 강력함을 무기로 내세우기도 한다.
.
이 모든 것이 선거전략에 따라 이루어지는데,
문제는 그러다 보면 거짓으로 똘똘 뭉친
후보가 이미지 메이킹 덕분에 대통령으로
당선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대가를 치르는 것은
“그 후보를 찍은 손가락을 잘라버리고 싶다”는
국민들은 물론 지지하지 않은 사람들 몫이다.
매번 “또 속았다” 하면서도 달라지지 않는.
.
그 나라 정치수준은 그 나라 국민의
수준을 뛰어넘을 수 없다는 말, 명언이다.
정치가들만 비난할 일이 아닌 것이다.
그런 몹쓸 정치가들을 양산하고 지켜보는 게
바로 국민들이니까. 그러니 부디 겉포장에
속지 말고, 이성적으로 판단하는 것은
국민의 의무이자 권리이자 책임이다.
.
선거전략가 제인 역을 맡은 산드라 블록의
연기가 유려하다. 불광불급, 미쳐야 미친다는
말의 전형을 보여줄 만큼 멋진 모습이다.
자신의 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해 갖가지
계략을 꾸미지만, 아니라고 생각될 때는
서슴없이 내려놓는 조금은 허탈한 모습도 멋졌다.
.
볼리비아의 대통령 만들기 스토리이지만,
어느 나라나 그 이면은 별다를 게 없을 것이다.
이미지에 속지 않는 밝은 안목을 키우는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