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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에서 노는 괴물들을 만날 수 있어 더욱 재밌었던 이야기. 무엇보다 강화 합숙 훈련에 멋대로 들어간 히나타의 열등감과 간절함이 제일 인상 깊었다. 파트너인 카게야마는 전국 유스로 들어가고, 같은 포지션인 츠키도 1학년 현내 톱으로 인정받는데, 히나타는 상당히 초조해한다. 볼보이로 자처하면서까지 위를 올려다보는 자세가 내겐 너무 충격적이었다. 부끄러움과 그토록 좋아하던 스파이크를 한 번도 때리지 못한다는 답답함을 무릅쓰고 포기하지 않고 목표만을 향해 달려가는 히나타의 열의가 마냥 무섭기만 했다. 2m가 넘는 햐쿠자와는 개인 능력치가 제일 부족하여 2대 2 시합 때마다 힘들어한다. 그리고, 히나타에게 무심코 이런 말을 뱉는다. "네가 선발되는 게 나았어." 히나타 입장으로선 상당히 기분 나쁠 만한 발언이었다. 본인도 아차 하는 동시에 이렇게 생각한다. "녀석이 가장 그렇게 느낄 텐데. 강호 학교의 주전인데다 녀석과 싸워본 적 있는 놈들은 전부, 이 녀석을 경계하고 있다. 나처럼 어쩌다 있는 게 아니라, 스스로 선택되러 온 듯한 녀석." 그러나 히나타 쇼요는 능청스럽게 대답한다. "아니지. '나도 선발되면 좋겠다.' 아니야?" 그러고 풀 죽어 있는 햐쿠자와에게 조언을 해주며 나중에 싸우게 될지도 모르는 적을 격려해주고, 응원해준다. 순수하게 그를 쓰러뜨리고 싶다는 마음 하나로. 어쩌면 히나타의 제일 큰 장점은 최강의 미끼도, 괴물 같은 스테미나도 아닌 타인을 향한 순수한 배려심과 그를 복돋울 수 있는 능력이 아닐까 싶다. 쇼요가 코트 위의 제왕 카게야마를 진짜 제왕으로 만들어 놓은 것처럼. 시미즈의 과거가 나온다. 육상선수라는 꿈을 포기하고 방황하고 있을 때, 배구부 매니저 자리를 권유받게 되었다. 진심으로 싸우는 사람들과 함께하며 시미즈 역시 빠르게 그들에게 동화되었고,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보이는 배구부 매니저라는 자리가 시미즈에겐 얼마나 중요한 역할이었는지 알게 되는 대목이었다. 평소 조용하고 아무 걱정 없는 것처럼 보였던 그녀가 전국을 가게 됐을 때 눈물을 흘리는 이유가 이를 뒷받침한다. "애초에 그 포지션에는 아무도 없었으니 내가 없어도 그냥 예전으로 돌아갈 뿐이라 여겼다. 하지만, 이어져야만 해. 도맡아야만 해. 연습하고 연습해서 쌓아왔던 것들이 상상 이상으로 허무하게 끝나는 것. 그게 어때서?" 호시우미 코라이라는 괴물이 등장한다. 키는 170cm이 되지 않으며 작지만 전국 클라스의 블로킹보다 높게 뛰어 득점을 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유스에서 카게야마는 그를 처음 보고, 히나타에게 이런 말을 하기도 한다. "너, 더 날 수 있어." 진정한 작은 거인이었다. 히나타는 작은 키인데도 불구하고 엄청난 존재감을 뿜어내는 그를 보며 위협과 동경을 느낀다. 강한 사람들이 넘쳐난다는 것이 얼마나 히나타에게 있어서 두근거리고 가슴 벅차는 일인지 알 것 같다. 자신과 비슷한 조건으로 기분 좋게 득점을 하는 모습을 보며 다시 한 번 작은 것이 한계가 될 수 없다는 것을 확신했을 것 같다. "다들, 작은 건 절망스러운 일이라 생각하지. 작은 신장은! 배구에 불리한 요인이긴 해도! 불가능의 요인은 아니야!" 또 울컥했던 장면이 있다. 합숙 훈련이 끝나고 킨다이치가 히나타에게 카게야마의 안부를 묻는다. 단순히 적에 대한 호기심으로 물어보는 질문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중학교 때 카게야마의 무모한 토스를 받아내지 않아 그에게 상처를 준 점에 대하여 미안함을 느끼고 있었던 것이다. 어쩌면, 카게야마를 변화시킨 스파이커 히나타를 보고, 자신은 그러지 못했다는 죄책감을 느끼고 있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금방 지나가는 장면이었지만 나는 잊을 수가 없다. 전국 준우승 팀과 싸우는 다음 시즌이 너무나도 기대된다. 물론 그 전에 단행본 전집을 사 읽을 계획이지만, 애니메이션만의 매력이 있으니까. 다음 시즌은 아마도 네코마와의 경기까지 그려내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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