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니은

욕구들
Avg 4.0
같은 책을 부러 세 권 사 모두에게 선물한 친구에게 깊이 감사하며 읽은 책. 소중한 페미 친구♡ 〈드링킹〉, 〈명랑한 은둔자〉 두 개 먼저 읽은 후라 비교될수밖에 없는데 가독성이 확실히 떨어진다. 애초에 각 장당 원고 분량 자체가 상당히 차이난다. 〈...은둔자〉가 간결하고 유쾌한 문체의 신문 칼럼을 엮은 느낌이었다면 〈욕구들〉은 정제되지 않은 듯한 긴 문장들이 머릿말로 나뉘는 것도 없이 걍 몇십쪽씩 빽빽한 줄글이다. 그래도 좀 더 내밀한 캐럴라인 냅을 만날 수 있다. 〈...은둔자〉가 먹고사니즘을 조금이라도 의식한, 읽는 이를 고려한 재밌는 글이라고 친다면, 〈욕구들〉에서는 하고싶은 말을 지면상 한계 등 걱정없이 마음껏 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정신분석학에 힘입어 이 근본적인 허기, 갈망 밑에 자리한 슬픔을 아기 때 형성된 것으로 보는 시각을 소개하는 부분은 흥미로웠고 자칫 그 모든 걸 엄마의 책임으로 느끼게 하는 효과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점이 걱정됐다. 애착 형성 전반에 엄마가 관여하는 게 현실이니.. 〈드링킹〉이나 〈..은둔자〉를 먼저 읽길 추천한다. 저자의 가족, 특히 모부에게서 받은 영향력이 특수한데 그것을 알아야 더 잘 이해가는 경험들이 있기 때문이다. 원래 출간순서는 〈드링킹〉〈남자보다 개가 더 좋아〉〈욕구들〉(=개정 전 세상은 왜 날씬한 여자를 원하는가)〈명랑한 은둔자〉이다. 내면을 집요하게 천착해내는 데 어마어마한 재능이 있는 천재다. 그래도 그런 아빠를 사랑한다는 점이 나와는 너무 달라서 그 한끝차이가 저자에게 자기동일시를 해버릇하는 나로서는 아쉬운데, 하긴 59년생이면 우리 엄마뻘이니.. 그런데도 캐럴라인 냅의 어마무시한 통찰력과 동시대성이란.. 적절한 나이에 그의 글을 만난 것만으로도 너무나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