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모르던 고등학생 때, 평점과 평론들에 놀라서 이 영화를 보고선 '흔한 평론가 취향'의 영화라는 생각을 했었다. 아마 그 당시엔 다 보지도 않았던 것 같다. 군대 상병 즈음하여 후임들과 함께 OCN에서 대부시리즈를 틀어준 것을 취침시간을 건너가면서까지 봤었다. 그 당시엔 떠들면서 여럿이서 같이 보기도 했고 당직사관 몰래 봤기에 그랬는지는 몰라도 두 번의 시도로 이 영화는 낮은 평점으로 오래간 있었는데, 다시금 찾아 본 대부는 느낀 것도 많고 할 말도 많은 대단한 영화긴 했다. 어떤 명작을 봐도 비판적으로 담백하게 보려고했지만 이 트릴로지만큼 소름돋고, 슬프고, 아름다운 영화는 거의 없지 않나 싶다.
-
-
동년배 라이벌이라고 부를만한 마틴 스콜세지, 스티븐 스필버그, 조지 루카스, 심지어는 리들리 스콧까지 아직까지도 젊은 영화팬들 입에 자주 오르내리는데 비하면 코폴라는 거의 자취를 감춘 느낌인데 이것이 대부의 임팩트가 커서 후작들이 기대치에 못미친건지, 아니면 정말 대부가 그의 혼신을 다 쏟은 작품이라 그런건지는 잘 모르겠다.
-
-
마크 제이콥스의 뮤즈이자 독자적인 영화감독으로 성장한 프란시스 코폴라의 딸 소피아 코폴라의 등장은 나름대로의 반전일수도 있겠다. 원작에도 없는 캐릭터를 굳이 새로 만들어서 거기다가 감독의 친딸이 그 역을 꿰차다니. 요즘에 이랬으면 금수저논란이 엄청났을텐데, 그럼에도 소피아, 극 중 메리는 엄청난 역할을 해냈다.
트릴로지의 완성의 정점은 결국 메리였기에.
어쨌거나 그 유명한 3부작은 케이, 프레도, 메리를 거쳐서 다시 마이클로 회귀한다.
-
-
순례자들이 예루살렘을 가듯 영화에서는 반복해서 시실리가 나오는데, 수많은 유럽계 이민자 중에서도 나라가 부강하지 못해 힘을 못폈던 이탈리아, 아일랜드계들이 특히나 서로 똘똘 뭉쳐서 자생하려고 했었던 것 같다. 지연을 강조하다 보니 이탈리아, 그것도 그 중에서도 시실리를 성지처럼 여기게 된 듯. 실제 마피아도 순혈 이탈리안, 특히 시실리안이 아니면 최고의 자리 '돈'에 못오르는 것도 같은 이유. 마이어 랜스키같은 거물도 결국 2인자로 끝났으니.
어쨌거나 삼부작의 완성으로 나의 오랜 너키 톰슨에 대한 애정에 견줄만한 캐릭터가 되었다. 동시에 아끼고 아껴서 정말 잘 주지 않던 고평점을 한 시리즈에 퍼주게 되었으니, 나처럼 실망했던 과거가 있었던 사람은 꼭 한 번 다시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