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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면서 많이 울었다. 마침 손수건을 들고다니지 않았더라면 영화가 끝나고 불이 켜졌을 때 눈물 콧물 범벅이 된 얼굴을 어떻게 추스르고 gv 자리를 지켰을까. 울면서 생각했다. '억울한 것이 많은 시절이었다. 온 몸이 말로 들끓는데 정작 내가 무슨 말을 하고싶은 건지 알 수가 없어 차오르는 마음들을 붙잡고 몸을 가누기가 힘이 들었었다. 나는 그때마다 잘 울고 지나왔다고 생각했었는데 아직도 울음이 남아있구나.' "자신의 진실을 충분히 설명하지 못한 채 규정되는 모든 존재들은 억울하다." 지나가다 만난 어느 책의 구절. '그런 게 억울함이고 그래서 울게 되는 거라면 나는 계속 울겠구나.' 생각한다. . 어떻게 살아야 할까. 마음을 처참하게 만드는 일들, 늘 따라다니는 외로움, 억울하고 답답하게 만드는 상황들 그리고 또 다정한 눈빛들, 즐거운 순간들, 따뜻한 마음들 속에서. 처참한 세상에서 살고있다 생각하지만 감상에 빠져 기적처럼 찾아드는 다정한 눈길들을 내쳐버리는 사람이고 싶지 않다. 보고 싶은 아름다운 것들에만 눈길을 주는 사람이고 싶지도 않다. 다정한 사람이 되고 싶다고, 발견해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하지만 종종 사람들 속에서 피곤해 하며 귀를 막고 눈을 감는다. . 영화관에서 따뜻한 이야기들을 만나면 온 세상 온 사람들을 사랑할 수 있을 것 같은 마음이 되었다가도 영화관을 나서는 사람들의 인파에 지치고 영화관의 불편한 동선에 짜증을 낸다. 솟아나는 마음들이 당황스러워서 또 울 것 같은 마음이 된다. . 나의 억울하고 아픈 마음에서 타인을 위로하고 싶은 마음으로 가는 길은 어떻게 생긴 걸까. 그런 마음에서 늘 위로받는데도 내 마음 속에서는 감히 그런 마음이 생겨나지 않는다. 그런 나를 미워하다가 '할 수 있는만큼만 하자' 생각하며 마음을 접었다. . 은희의 눈이 계속 떠오른다. 조용히 끈질기게 보다보면 몇마디쯤 내가 진짜 하고싶은 해야하는 말들을 찾아낼 수 있지 않을까. 이 영화도 그렇게 만들어진 걸꺼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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