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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정빈 기자

손정빈 기자

10 years ago

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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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uth

Movies ・ 2015

Avg 3.6

"떠먹여주는 진실은 없어" 언론인들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트루스'(감독 제임스 밴더빌트)는 언론과 언론인에 관해 말하지 않는다. 이 작품은 어느 언론인의 이야기를 소개하며 제목 그대로 '진실'(truth)을 논한다. 어떤 것이 진실이냐 아니냐를 따지자는 게 아니다. 중요한 건 태도다. 진실은 저절로 찾아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이렇다. '당신은 정말로 진실을 알고 싶은가? 그렇다면 용기를 내야 한다." 영화 초반부와 후반부에 각각 한 번씩 "용기 내세요!"(courage!)라는 말이 등장하는 건 그런 이유다. 2004년 미국 CBS의 탐사보도 프로그램 '60분'의 베테랑 기자인 메리 메이프스(케이트 블런쳇)는 재선에 도전하는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과거 군 복무 기록에 문제가 있다는 제보를 받는다. 메이프스는 최고의 기자이자 앵커인 댄 래더(로버트 레드포드)와 그 밖에 믿을 만한 언론인들로 팀을 꾸려 이 사건을 취재하고, 방송을 내보는 데 성공한다. 하지만 방송 다음 날 이들의 보도에 의문이 제기된다. '60분' 팀이 제보받은 문건이 조작됐다는 것. '트루스'는 기존에 우리가 알던 '기자 영화'와는 다른 작품이다. 기자들의 활약상과 승리를 그리지도, 기자와 정치인이 얽혀 있는 권력 내부의 이야기를 담지도 않는다. 그러니까 '스포트라이트'(2016)이나 '스테이트 오브 플레이'(2009)와 같은 작품을 기대하면 실망한다는 이야기다. 대신 '트루스'는 언론인들의 보도 실패 사례를 다루면서 언론이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것이자 국민의 기본권인 알권리에 한 발 더 접근한다. 제임스 밴더빌트 감독은 다소 딱딱할 수 있는 주제를, '조디악'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시리즈 등의 각본을 쓴 일류 작가 출신 감독으로서 재능을 선보이며 흥미진진한 공방전으로 풀어낸다. 120분의 러닝타임 중 45분여는 취재와 방송에, 나머지 시간은 '60분' 팀이 각종 의혹과 억측을 방어하고 견뎌내는 과정이다. 밴더빌트 감독은 말과 문서로만 이뤄진 극을 군더더기 없이 간결한 편집과 낭비 없이 정확한 대사들로 채우며 생동감을 만들어내는 데 성공한다. '트루스'가 더 중점을 두는 건 취재 후 파장을 그리는 후반전이다. '60분' 팀의 취재는 언론사의 특성상 완벽하지 않았고(이들은 수사 기관이 아니다), 외부 세력은 이들의 이런 약점을 집요하게 물고늘어진다. 결정적 문건의 조작 의혹을 제기하고, 취재원의 약점을 물고늘어지며, 심지어 기자들의 정치 성향까지 파고든다. 이때 부시 대통령의 군 복무 의혹에 대한 질문은 사라지고, 이들의 보도는 가십거리로 전락한다. 이 작품이 흥미로운 건 이 지점이다. '트루스'는 취재 전후의 이야기를 모두 보여줌으로써 관객의 참여와 판단을 요구한다. '트루스'는 '60분' 팀의 취재는 완벽하지 않았고, 일부 실수가 있었다. 비열한 방식이 동원되기는 하지만 이들의 취재에 대한 외부세력의 의혹 또한 꽤나 합리적이다. 이때 관객은 '60분' 팀이 제기한 부시 대통령에 관한 의혹과 그들의 취재에 대한 의심 중 어떤 것에 더 가치를 둬야 할지를 스스로 판단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다. 다만 '트루스'는 진실을 향한 태도를 이야기하는 것에서 벗어나 영화가 다루는 사건에 대한 판단도 일부 내린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남긴다. 물론 이런 결론은 연출자가 가진 최소한의 양심에 의한 것으로 보이기는 하나 더 입체적일 수 있었던 이야기를 부분적으로 단순화한다는 점에서 그리 좋은 선택이었다고 보기는 힘들다. 영화의 결론이 다소 밋밋하게 느껴지는 것 또한 밴더빌트 감독의 '성급한 마무리'가 영향을 줬다고 봐야 한다. 케이트 블런쳇은 이번 작품에서도 최고의 연기를 선보인다. 물론 이 영화에서의 연기가 그의 최고 연기라고는 할 수 없겠지만, 그가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트루스'는 저절로 우아해지는 효과를 얻는다. 블런쳇과 호흡을 맞춘 로버트 레드포드의 기품은 굳이 설명할 것도 없다. '마이크 스미스'를 연기한 토퍼 그레이스가 극 후반부 진짜 중요한 것을 보려고 하지 않는 언론과 사회에 대한 문제점을 마치 래퍼처럼 비판하는 장면은 이 영화에서 가장 에너지 넘치는 장면이다. 댄 래더는 메이프스와 통화하며 말한다. "언젠가부터 뉴스도 시청률을 내야 하는 시대가 됐어. '60분'도 마찬가지고, 이브닝 뉴스도 그래. 아침 뉴스는 더하지. 리얼리티쇼 참가자들을 인터뷰하면 시청률이 더 오르니까." '트루스'는 우리가 알고 싶어하는 진실은 뉴스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 함께 용기를 낼 때 이뤄질 수 있음을 말하고 있다. 손정빈 기자 jb@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