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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드

샌드

4 years ago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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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 Front of Your Face

Movies ・ 2021

Avg 3.7

홍상수 영화는 항상 그랬기도 한데 보고 있으면 이전작들과는 어떤 다른 점이 있는지 가장 먼저 찾게 됩니다. 촬영부터 편집, 음악, 캐릭터, 구성, 대사 등 영화의 다양한 요소에 있어서 어떤 식으로 변화하고 있구나를 생각하게 되는데 이런 흐름 자체가 홍상수 영화의 핵심처럼 보이기도 하는데 반대로 그렇게 큰 의미가 있는 것 같지도 않아서 재밌습니다. 제가 느낀 이번 작품의 가장 다른 점은 여러가지 있겠다만 특히 촬영이였습니다. 원래 홍상수는 화면을 예쁘게 담는 사람도 아니고 신경을 쓰는 듯 마는 듯 하면서도 신비로운 구도를 기막히게 찾아내는 점에서 촬영이 좋구나 느껴질 때가 많았는데, 이번 작품의 몇 장면에선 확실하게 힘을 줘서 찍은 느낌을 고스란히 받을 수 있었습니다. 근데 뭐 그게 그렇게 큰 차이는 아니긴 하지만, 홍상수 영화를 얘기할 때 꼭 나오는 차이와 반복에 있어서 그 속에 넣을 수 있으면서도 빛나는 장면들이 몇 있는데 저한테는 이번 영화에선 촬영이였습니다. 어쨌거나 이 영화는 제겐 마치 다시 이전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시도로 보이기도 했습니다. <북촌방향>에서 나온 술집 소설이 나오기도 하고, 통영이나 양양을 굳이 선택하는 점, 그리고 최후반부로 갈수록 이전에 봤던 영화들의 느낌이 고스란히 살아있기도 하면서 마지막 5분에선 그간 홍상수 영화의 감상을 함축적으로 모아 놓은 듯한 낄낄거리면서도 처연하고, 아득하면서도 현실과 맞닿아 있는 신비로운 순간이 저는 굉장하게 느껴지는 엔딩이기도 했습니다. 이혜영이라는 배우는 원체 아우라가 강한 배우라서 어떤 배우가 와도 색다르게 느껴지는 홍상수 영화에선 어떻게 나올까 제일 궁금하기도 했는데, 배우 자체가 가지고 있는 힘과 홍상수가 만들어 내는 분위기, 대사가 뭔가 어긋나는 듯 하면서도 잘 어울리는 느낌이 묘했습니다. 다른 영화에선 익숙한 배우들이 각자 홍상수를 연기하는 느낌이라면 이 영화의 이혜영이란 배우는 홍상수가 이 배우를 보고 수많은 아이디어를 떠올리지 않았을까 생각이 들 정도로 배우의 인력이 상당합니다. 저는 사실 홍상수 영화는 아마도 클레어의 카메라부터 같은데 좀 관성으로 보는 건 있습니다. 보고 나면 또 영화가 있고 또 기대하고 또 보고 이런 식의 반복인데, 아직도 이렇게 흥미진진하고 웃기면서도 신비롭고 독특한 장면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게, 물론 최전성기 영화 때보다는 좀 약해졌다는 평가가 많기도 하고 저도 그렇게 생각하지만은 진짜 대단한 감독이자 작가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