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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면상으론 야쿠자 전쟁에 휘말린 형제의 추적 스릴러 모양새를 취하지만 실상은 가족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 드라마에 가깝다. 이게 어떤 느낌이냐면, 누가 고기를 사왔대서 기대하며 삼켰는데 알고봤더니 콩고기인거지. 그래도 고기는 고기니까 뱉지는 못하고 예의상 웃으며 하하 맛있네요, 하며 삼켰지만 콩고기가 고기맛을 낼리 만무하다. 찬찬히 살펴보자. 우선 주인공은 형사이며, 의도치 않게 사람을 해쳐 야쿠자에 들어가게 된 동생이 살아있단 사실을 역시나 의도치 않게 알게 되어, 자의 반 타의 반으로 행방을 좇아 런던에 가게 된다. 여기까지의 구도는 정적인 연기톤과 감각적 연출이 더해져 물흐르듯 자연스러웠는데, 갑자기 매춘하는 약쟁이 게이와 전 남자친구가 바람을 펴 감옥에 보낸 걸로 복수한 여형사 세라가 등장하며 극의 방향성이 모호해지기 시작한다. 애당초 아내에게 마음이 떠난ㅡ아내는 아니다ㅡ주인공 모리 겐조(형사)는 세라에게 끌리는데, 놀랍게도 각본이 마술을 부려 겐조의 딸 타키가 가출을 해 런던에(!) 아빠를 찾아온다. 당연히 겐조는 딸 때문에 그녀와 애매한 관계를 유지하고 그 와중에 딸 타키는 약쟁이 게이에 의해 레즈비언으로서의 정체성에 눈 뜬다. 그런데 문제는 기리Duty(의리)와 하지Shame(수치심)란 타이틀 답게 야쿠자들은 정통적 하드보일드로 움직이는데, 가족극과 나란히 배치되는 과정에서 서로 충돌한다는 것에 있다. 두 가지 장르는 결코 하나처럼 보이게 섞이질 못한다. 그렇다고 무슨 PC한 방향의 각본인 것도 아니다. 콩고기 같은 거지. 결국 맺어지는 겐조와 세라를 보며 끼리끼리 만난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게 이 드라마에 대한 내 감상의 대부분에 해당한다. 쉘 위 댄스의 오마쥬와 <Hello, stranger!>로 마무리되는 엔딩도 전혀 와닿지 않았다. 게다가 유토는 무슨 생각으로 형수에게 전화를 걸어 야쿠자로부터 아내와 딸을 구출해달라고 한 것일까? 아무리 드라마라지만 너무 막 나간다. 나는 뭐 사실 형수한테 감춰진 무술 실력이라도 있는 줄 알았다. 정리해보자. 일본과 런던을 종횡무진 오가며 가족 간의 균열과 회복을 그리는 것에 만족 못하고 이것저것 다 손대다가, 결국 어떻게 하지 못하니 전부 죽여버리고 남겨진 사람끼리 어떻게든 해보라며 손 떼버린, 만들다 만 드라마라는 게 내 견해다. 혹시나 이 드라마 다 본 사람 있으면 댓글 남겨주면 좋겠다. 함께 이 드라마에 산적한 무수한 문제에 대해 씹고 뜯고 맛봤으면 좋겠다. 즐기지는 못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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