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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브르가 곤충을 좋아했다는 사실을 부인하긴 어렵겠지만 그 자신의 표현대로 그가 곤충을 사랑했다면 그는 결코 이런 연구를 완수하지 못했을 것이다. 꽃을 꺾는 건 꽃을 좋아하는 것이고 꽃에 물을 주는 것이 꽃을 사랑하는 것이라던 누군가의 명언이 사랑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의 차이를 명확하게 말해주고 있지 않던가. 무언가를 연구하기 위해, 즉 무언가를 보다 깊이 이해하고 그로써 인간의 편의를 도모하기 위하여 그 무언가에게 피해를 입히는 것이 옳은 일이냐는 물음은 쉽게 답을 내릴 수도 없을 뿐더러 얼마간 진부하게까지 여겨지기는 질문이지만 그럼에도 스스로에게 꼭 던져보아야 하는 물음이라고 생각한다. 곤충을 이해하기 위해 파브르가 행했던 수많은 살상들이 과연 그의 업적으로 정당화될 수 있는가에 대해 적어도 이 책의 독자들은 나름의 판단을 내려야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그러나 이 질문에 대한 답이 어떻든 파브르의 곤충에 대한 연구가 인간이 자연을 더욱 깊이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었다는 사실 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파브르 개인의 놀라운 관찰력과 인내력, 그리고 열정에 기인한 그의 전방위적이고 혁신적인 연구작업은 곤충의 세계에 대한 인간의 이해를 한층 깊이있게 해주었고 이로써 그는 유사이래 인간이 쌓아올린 지식의 탑에 나름의 돌멩이를 얹게 되었던 것이다. 본래 파브르의 <곤충기>는 노래기벌과 황금풍뎅이, 붉은병정개미 등의 곤충류와 거미 따위의 행동과 습성 등을 기록한 무려 10권에 이르는 방대한 저작이지만 한국문인협회의 회원인 이영재씨가 한 권의 분량으로 간추려 엮어 읽기에 편리하게 하였다. 옮겨진 작품은 문학적으로는 그리 뛰어난 것 같지 않지만 파브르의 연구가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었으며 해당 곤충의 행동과 습성이 어떠한지에 대해 개략적인 이해를 도모할 수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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