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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려진 손은 전 아내의 손으로, 소화기의 연기는 다리미의 증기로, 스케이트를 타는 그녀의 발이 살인의 흉기로, 궁상 맞게 떠나보낸 아내의 뒷모습은 자신을 받아주는듯한 여자의 마주함으로 이어지고, 스케이트장에서 벗어난 어느 곳에서 쓰러진 그녀를 덮치듯이 소망하는 그의 모습은 이내 대관람차에서 그를 덮치듯이 소원하는 그녀의 모습으로 이어진다. . 애초에 잘려진 손의 시선으로 회전하며 떨어지는 카메라가 후텁지근한 여름을 뒤로 하고 터널을 지나 5년 후의 혹독한 추위로 이어질 때의 회전하는 카메라와 병치될때 그의 상황은 완전히 갇혀버려 옴짝달짝할 수 없는 것으로 여겨지는데, 이는 다시 기차역에서 기차와 그녀 사이에서 꽉 갇혀버린 그를 잡는 구도로, 대관람차 안에서 노골적으로 성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붉은 조명과 위험함을 연상시키는 창백한 노란 조명 사이를 반복하는 그녀의 모습으로 상징된다. 그렇다. 그는 이미 사로잡혀 갇혀 있다. 그녀에게. . 토막살인사건이라는 소재와 반전이라는 플롯 사이 어디에도 중심이 없는, <백일염화>는 말 그대로 이미지로서의 한낮의 불꽃놀이처럼 요란하나 예쁘지 않는 그의, 보잘것 없이 찌질한 사랑 이야기이다. 일견 개연성이 없어 보이는 플롯은 독특한 느낌의 이미지로 연계되며 극적인 집중도를 이끄는데, 나로서는 결국 수긍할 수 밖에 없는, 또는 이해하고 싶어질 수 밖에 없다. 그리고는 궁금해지는 한가지. 그의 한풀이 같은 춤과 있는 그대로의 한낮의 불꽃놀이는 그 자신을 위한 것인가, 아니면 그녀를 위한 것인가, 그것도 아니라면 그저 한낱 부질 없는 반짝임 같은 그 자신과 그녀를 위한 넋두리일까. 가끔은 이렇게 찌질한 사랑이 오히려 아름다워 보일 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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