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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세션>을 한창 보던 와중 꿈을 꾸었다. 꿈에서 나는 캔달의 위치였다. 캔달과 마찬가지로 내가 왕위를 이을 수 있는지가 백척간두에 달려있는 상황이었다. 드라마와 조금 달랐던 것은 나에게는 출생의 비밀이 있었고, 그래서 그 비밀이 드러나면 나는 모든 것을 잃고 쫓져나야 된다는 것이었다. 불안했다. 왕위에 오르기 전 비밀이 드러날까봐 너무나도 무서웠다. 계속 긴장 속에 살아야 했다. 걸린 상금이 큰만큼 잃는 것에 대한 두려움도 컸다. 그리고 그만큼 불안도 컸다. 과연 이것이 그만한 의미가 있는 일인가? 꿈 속의 나도 드라마의 주인공도 지속적인 스트레스에 시달린다. 남들이 속으로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끊임없이 읽어야 하고, 특히 나에게 부정적인 말이나 생각을 하고 있다고 지속적으로 상상해야 한다. 마치 바둑을 두듯, 상대방의 반응을 향후 몇 수나 예측하고 나아가 항상 최악의 결과를 예상해야 한다. 그리고 머리 속을 가득 채운 그 나쁜 결과들을 피하기 위해 매순간 긴장 속에 살아야 한다. 과연 이것이 그만한 의미가 있는 일인가? 디즈니 전 CEO 밥 아이거는 그의 자서전에서, 그가 CEO가 되기 직전 겪어야 했던 후계자 선출 프로세스에서의 극도의 스트레스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는 사실 훌륭한 인간이다. 항상 겸손하고 인내심이 있으며 좀처럼 항상성이 흔들리지 않는다. 하지만 그런 그도 결국 폭발하고 만다. 목전에 온 것 같았던 그의 ‘석세션’이 마지막에 가서 여전히 이사회가 그의 라이벌 중 한 명인 외부 CEO를 인터뷰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이다. 높은 자리에 오르기 위해서는, 부와 명예를 얻기 위해서는 수많은 사람들의 공격을 온몸으로 받아내며 나아가야 한다. <석세션>에서 현 회장이자 캔달의 아버지인 로건 로이는 전형적인 파이터로 그려진다. 그가 얼마나 많은 사투를 뚫고 지금 자리를 차지했는지 상상할 수 있다. 얼굴의 수많은 주름은 마치 전쟁에서 생긴 상흔 같다. 그렇게 힘들게 얻은 자리이기에 그는 절대 손을 놓지 못한다. 입으로는 “모든 것이 너희들을 위한 거였단다 얘들아”라고 하지만 모두가 알고 있다. 그건 그냥 자신의 욕심을 위한 것이다. 어렵게 얻은 왕관은 물려주기 힘들다. 그것이 심지어 아들이라고 하여도. 그 왕관을 뺐기지 않기 위해 평생을 벼랑 끝에 대롱대롱 매달린 것과 같이 쫓기듯 살아야 한다. 사람이 신경질적이지 않기 어렵다. 사람이 망가지지 않기 어렵다. 왜 사람이 부와 명예를 포기하기 힘든지. 이를 뺐기지 않기 위해 평생을 어떤 지옥에 살아야 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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