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루하진 않은데 길긴 깁니다.
여섯 시간 짜리 영화는 아무도 안 보지만 6부작 미니 시리즈로 만들면 앉은 자리에서 다 본다는 말이 있는데 이 영화가 그러합니다. 소재와 과정이 모두 흥미롭지만 정작 알맹이가 별 거 없게 느껴져서 맥 빠진다는 것도 비슷하고요.
이야기의 호흡이 긴 건 짜임새 있는 흐름에 흥미로운 인물과 배경 덕에 지루하지 않지만 정작 그 호흡의 끝에 드러난 결말은 그다지 와닿지 않습니다. 어쩌면 비현실적으로 치밀하고 엄청난 규모의 과정에 비해 실체는 너무 현실적이라 그렇게 느낀걸 수도 있고요.
영화는 슈퍼히어로물보다는 하드보일드 탐정물에 가깝습니다. 퇴폐적이다 못해 황량하고 음울한 분위기, 불법과 폭력으로 단서를 쫓는 것 외엔 아무것도 관심 없는 것 같은 주인공까지요.
분명 보고 싶었던 배트맨의 모습도 있지만 모든 부분이 그렇진 않습니다.